'뇌경색 딸' 살해한 친모, 야산에 올라가서..

입력 2020.07.10 11:03수정 2020.07.10 13:54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을ㅠㅠ
'뇌경색 딸' 살해한 친모, 야산에 올라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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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뇌경색을 앓던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던 70대 친모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70)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해 9월 인천 계양구 한 아파트에서 친딸 A씨(48)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범행 후 인근 야산에 올라가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인근 주민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최씨는 2004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2012년 고관절이 부러져 거동이 어려운 딸을 15년간 간병해왔다. 최씨는 간병으로 인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더 이상은 간병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딸의 오랜 병 간호에 지쳐 힘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며 "딸을 먼저 보내고 나도 따라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검찰은 최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최씨는 최후진술에서 "모든 범행을 인정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1심 재판부는 "생명을 빼앗는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며 "간병이 필요한 환자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도 최씨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씨가 15년 동안 거동이 어려운 피해자를 간병하면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심신이 쇠약해져 피해자를 돌보는 것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만한 시설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면, 이 사건의 비극적인 결과를 오롯이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렵다고 보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날 2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유사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간병을 하는 모든 사람이 최씨와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으면서 15년간 피해자를 간병하는 것 외에는 최씨에게 선택 가능한 대안이 제시된 적이 없어 우리 재판부가 결론을 내기 매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 벗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우리 사회가 간병살인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가족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만한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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