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검찰이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이 조 전 장관에 대한 표적수사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지난 기일 재판장이 조 전 장관 수사를 놓고 "검찰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의 4회 공판기일에서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검사는 "수사 착수 관련해 재판장과 피고인 측에 배경을 알려주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장검사는 "재판장께서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이 사건 배경을 접하시다보니 혹시 오해를 가지고 계시면 어쩌지 하는 우려에 '수사착수 관련 의견서'를 쓰게 됐다"며 "제가 2019년 8월 동부지검에 가니 유재수 뇌물수수 의혹 및 감찰무마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저도 한 20년 가까이 특별수사를 하다보니 딱 봤을 때 느낌이 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 못하면 훗날 큰 뒤탈이 날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러 단서가 있어 일단 유재수 뇌물수수 의혹이 사실인지 규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수개월 동안 자금을 추적하고 지난해 11월쯤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이 실체가 있다는 진상을 거의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검사는 감찰무마 사건이 의혹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뒤 핵심관계자인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다시 소환해 사실을 이야기해달라고 설득해 결국 이 전 반장이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사실대로 진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어떤 특정 피고인을 형사처벌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고, 실체에 다가가지 못하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나 자신이 수사전문가로서 부끄럽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조 전 장관에 대한 표적수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 저는 좀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이라며 "재판장이 설마 그러진 않겠지만 수사 배경과 경과에 대한 수사팀 말을 믿고 한번 살펴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희는 목적을 갖고 실체를 좌우할 능력이 없다"라고 끝맺었다.
이에 조 전 장관 측 김칠준 변호사는 "담당검사의 소회가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 사건 의사결정이 담당 수사관에 의해서만 결정된 것이 아니라 검찰 전체의 의사결정이 있을 것이라 보고 당연히 조 전 장관의 지위와 사회적 맥락이 반영됐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법리적 논쟁이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소를 하고 유죄 확신을 갖는 이 과정에서 정치적 맥락이 충분히 반영될 가능성이 있고, 의심할 만한 여러 단서들을 저희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민감한 사건"이라며 "지난 기일에 제가 증인 관련해 말씀드린 것도 조심스럽고 삼가는 마음으로 공정한 재판에 함께 마음을 모았으면 하는 취지로 말한 것"이었다며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을 하겠다고 했다.
앞선 2회 공판에서 김 부장판사는 1회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이인걸 전 특감반장이 증인신문에 앞서 조서를 확인하고자 검찰에 들른 것이 적절한지를 지적했다.
또 3회 공판기일에서 다시 이 문제를 지적하며 "이 사건은 검찰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자칫 잘못할 경우 진술회유(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일반 사건과 달리 이 사건은 더더욱 매우 조심스러운 잣대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며 검찰을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한국검찰은 OECD국가 어느 검찰보다 광범하고 강력한 권한 갖고 있다"며 "현재 검찰의 권한남용 통제하고 시민인권 보호 유일한 기관은 법원이다. 법원이 이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