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서 휴대폰 주워 한 달 넘게 집에 둔 30대, 왜 무죄?

입력 2020.07.01 16:38수정 2020.07.01 16:48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네요
지하철역서 휴대폰 주워 한 달 넘게 집에 둔 30대, 왜 무죄?
© News1 DB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지하철역에서 주운 휴대전화를 한 달 넘게 집에 두고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박용근)는 1일 절도(예비적 죄명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지하철 역사 내 의자에 다른 사람이 실수로 놓고 간 휴대전화 1대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국에서 일을 하는 A씨는 잠시 국내에 들어와 집으로 가던 길에 휴대전화를 주웠다.

A씨는 우체국에 휴대전화를 맡겨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했지만, 이른 아침이라 우체국 문은 닫혀있었다. 그는 집으로 휴대전화를 갖고 가 책상 서랍에 넣은 채로 잠이 들었다.

이후 국내에 체류한 6일 동안 휴대전화를 주웠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로 다시 중국으로 출국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그사이 전화가 오지 않았고 전원을 끈 적도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한달 여 뒤 국내로 들어온 A씨는 입국 당일 '휴대전화를 주운 적이 있느냐'는 경찰의 전화를 받고 휴대전화의 존재를 깨닫게 됐다.

재판부는 A씨가 총 43일 동안 휴대전화를 집 안에 보관하면서 이를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던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A씨가 휴대전화를 책상에 가만히 두기만 했을 뿐 이를 사용했다고 볼 객관적 자료는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마음만 먹으면 중국으로 출국하면서 가져갈 수도 있었고, 이를 되팔았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A씨의 주장대로 휴대전화에 전화가 왔는데도 이를 무시하거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의 전원을 껐다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재판부는 "지하철 CCTV를 보면 A씨가 휴대전화를 집어서 이를 숨기지도 않고 손에 들고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며 불법적으로 휴대전화를 가져가 처분하려는 사람의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휴대전화를 찾아줄 생각으로 가져갔다는 A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