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음주뺑소니 치고 한국으로 도피한 30대의 최후

입력 2020.06.29 11:29수정 2020.06.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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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음주뺑소니 치고 한국으로 도피한 30대의 최후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음주 뺑소니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한국으로 도피한 30대와 관련해 법원이 미국 인도를 허가했다.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29일 오전 10시 미국으로부터 범죄인 인도가 요청된 이모(31)씨의 2차 범죄인 인도심문을 진행하고 이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은 이미 미국에서 기소된 후 재판이 진행돼 판결 선고기일까지 지정됐으며, 피해자와 관련 증인 및 증거가 모두 미국에 있다"며 "이씨는 재판 불출석 시 법정 최고형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도 법 집행을 면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입국 후 돌아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미국인이 (같은 혐의로) 우리나라에서 재판을 받던 중 법 집행을 면하기 위해 미국으로 도피했다면 우리나라도 당연히 미국에 인도를 청구할 것이고, 미국도 이에 응할 것을 기대할 것"이라며 "이씨가 대한민국 국민이더라도 미국에 인도함으로써 유사범죄의 발생과 범죄인 도피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씨 측은 지난 15일 열린 1차 심문 당시 이씨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됐다고 주장하고, 미국 재판 당시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아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면 부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씨가 한국에 온 후 군대를 다녀오고 결혼도 해 쌍둥이를 포함한 3명의 자녀를 뒀는데, 이중 한 명이 발달지연 상태에 있어 이씨가 미국으로 떠나면 아내 혼자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이씨의 범죄사실은 우리나라 법률로는 7년, 미국 법률로는 3년의 공소시효를 갖고 있지만 인도청구자가 도피하는 경우 공소시효 만료를 정지한 뒤 피청구국과 협의하도록 돼 있다는 조약 규정을 제시하고, 이씨가 이미 미국에서 기소돼 미국 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인 점을 명시했다.

아울러 "이씨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더라도 부당하거나 비인도적인 대우를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범죄인 인도조약의 취지와 한국과 미국 사이 조약, 이 사건의 실체, 미국에서 형사사법 절차가 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씨에게 개인적인 특별 사유가 있더라도 미국으로 인도하는 것이 적정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 심문을 참관하던 이씨의 부인은 법원의 결정을 듣자 아이를 품에 안고 오열했다. 심문이 종료되고 이씨의 자녀들 역시 부친을 찾으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씨는 아내와 자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잘 있어. 다녀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법정 경위의 안내를 받아 구치감으로 들어갔다.

이씨는 지난 2010년 6월12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고속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의 상태로 차량을 시속 100㎞로 운전하다 앞에 가던 오토바이를 충격, 운전자가 뇌출혈과 골절 등 상해를 입었으나 구호하지 않고 그대로 간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이씨는 같은해 8월 캘리포니아 법원에 기소돼 재판을 받았으며, 2011년 4월께 판결 선고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씨는 해당 법 집행을 피하기 위해 선고기일 한국으로 들어온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우리나라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우리나라 법무부와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달 법원에 이씨에 대한 범죄인인도심사를 청구했다.

한편,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수천여개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 역시 현재 범죄인 인도심사를 받는 중이다. 재판부는 손씨에 대한 결정을 다음달에 내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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