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묶은 토지거래허가제 위헌 가능성 없다"…'합헌'만 2번

입력 2020.06.29 06:05수정 2020.06.29 09:57
와우 합헌 판결을 2번이나 받았었네요
"강남 묶은 토지거래허가제 위헌 가능성 없다"…'합헌'만 2번
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주거지역에서 18㎡, 상업지역에선 20㎡ 넘는 토지를 살 때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아파트 등 주택은 전세를 낀 거래가 일절 금지되지만 상가 등은 일부 임대가 허용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일대 모습. 2020.6.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 = "사유재산 제도의 보장은 공동체 생활의 조화와 균형을 깨지 않는 범위내에서 해야 하며 투기적 거래는 엄청난 불로소득을 가져와 정의롭지 못한 부의 축적과 퇴폐향락성 과소비와 연결되기 쉽고 물가상승의 원인이 되며 국민의 건전한 근로의욕을 저해하고 계층간 불화와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므로 규제해야 한다."(1989년 12월 22일 헌법재판소 토지거래허가제 '합헌' 결정문 중)

토지거래허가제가 서울 강남권 주택거래를 묶어 재산권 침해에 따른 위헌이란 지적에 정부가 강하게 반박했다. 이미 2차례나 헌법에 합치한다는 판결을 받은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헌법소송을 제기할 경우 가처분 허용을 통해 판결 전까지 규제 자체를 묶어둘 수 있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배현진 미래통합당(송파을) 의원 주최로 열린 '6·17 부동산대책 진단과 평가' 토론회에서 정인국 변호사(법률사무소 한서)는 "정부가 강남·송파구 일대에서 추진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다”며 “주택거래허가제는 법률적인 근거가 없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성과 잠실 MICE 개발사업,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등으로 이들 지역에 투기세력이 유입 가능성을 근거로 6·17 대책을 통해 지난 23일부터 1년간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정인국 변호사는 "토지거래허가제의 근거법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로 강남·송파구에서는 개발되는 땅이 아니라, 아파트가 이미 올라선 땅을 허가 대상으로 삼았다"며 "이는 결국 아파트 거래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택거래허가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단순 지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택거래허가제와 같은) 확장성을 가졌다"며 우려를 표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위헌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한 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989년 헌법재판소 전원 재판부(주심 김양균 재판관)도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판결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1997년에도 같은 사안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며 "허가제의 위헌 여부에 대해선 이미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던 1989년 당시 재판부도 합헌 결정문을 통해 투기적 거래는 불로소득과 물가상승, 국민의 건전한 근로의욕 저해 및 계층 간의 불화와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동일하게 적용돼 강남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합헌 판결을 받아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를 근거로 한 투기규제제도에 대한 소송은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헌재판결 전 가처분이 허용된다면 강남권을 겨냥한 규제제도가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산권 행사가 크게 제한된 강남권에서 위헌 여부를 떠나 한시적으로 규제를 걷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가처분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며 "다만 실현 가능성이 크게 없기 때문에 가처분이 허용될 여지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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