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헤어진 가족과 상봉한 무연고 70대 노인

입력 2020.06.18 16:05수정 2020.06.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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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헤어진 가족과 상봉한 무연고 70대 노인
[부산=뉴시스] 부산의 한 병원에서 70대 노인이 40년 만에 헤어진 가족과 상봉하고 있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의 한 병원에서 무연고자 신분으로 입원 중인 70대 노인이 경찰의 도움으로 40년 전에 헤어진 가족을 만났다.

1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5월 40대 여성인 A씨가 대전 유성경찰서를 방문, "40년 전 헤어진 아버지의 동생을 찾아달라"며 실종신고를 했다.

A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숙부를 찾기로 한 것.A씨의 아버지는 8남매 중 제일 큰형이다. 8남매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가난에 힘들어 하던 중 40년 전인 1980년 1월 평소 장애를 앓고 있던 남동생을 돌보기 어려워 집근처에 새로 생긴 복지기관에 맡기고 금방 찾으러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들 남매는 전국 각지로 흩어졌고, 현재 2명은 사망했다.

A씨의 실종신고 이후 사건은 처음 실종지역인 부산 남부경찰서로 이첩됐고, 남부서 실종팀은 실종자의 소재를 찾기 위해 수개월 동안 추적을 했지만 소재를 발견하지 못해 장기실종 사건으로 남겨졌다.

이후 올 1월 1년 이상 장기실종사건을 이관받은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장기실종담당 서인호 경사가 A씨 가족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됐고, 다시 실종자 수사에 나섰다.

서 경사는 실종자에 대한 생활반응을 확인하고, 각종 전산조회와 통신수사 등을 진행했지만 실종자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서 경사는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반드시 찾아 주자는 오기로 비슷한 연배의 보호신고자, 행려 환자 등 3000여명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실종자와 비슷한 70대 남성 B씨의 사진을 발견했고, 서 경사는 B씨를 보호 중인 동래구의 한 병원에 연락해 최근 사진을 받아 조심스럽게 A씨 등 가족들에게 보냈다.

확인 결과 "실종된 숙부와 비슷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서 경사는 확신을 갖기 위해 서울경찰청 등에 협조를 받아 가족들의 DNA를 채취해 병원에 입원 중인 B씨의 DNA와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드디어 동일 가족이라는 DNA 일치 통보 받았다. 서 경사는 40년 동안 애타게 찾아온 A씨 가족들에게 B씨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실종자인 B씨의 누나와 남동생, 여동생 등은 가족은 지난 17일 한걸음에 부산으로 달려와 무연고자들이 입원 중인 동래구 모 병원 면회실에서 40년 만에 B씨를 만났다.

급하게 부산을 찾은 가족들을 위해 서 경사는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에서 지원받은 케익과 꽃다발 등을 조용히 건내고 물러났다.

가족들은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B씨에게 옛 사진을 보여주고 글을 써가면서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실종자를 찾게된 가족들은 "살아있어줘서 고맙다.
그동안 동생이 죽었는 지 알고 가묘까지 만들어 놓았다"며 서 경사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이들 가족의 상봉을 본 서 경사는 "40년 만에 소중한 가족을 만났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면회실에서 손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가족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빨리 가족들이 함께 모여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실종자와 가족들이 함께 지낼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의해 가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로 실종자를 보낼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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