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1억1000만년 전 현 경상남도 진주·사천 지방에서 몸길이가 최대 3m가량의 거대 이족보행 악어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이족보행 악어의 흔적이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국제 과학계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진주교육대학교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김경수 교수를 비롯한 한국· 미국·호주의 공동연구진은 경상남도 사천시에서 발견한 발자국 화석을 분석해 '이족 보행 대형 원시 악어'가 백악기 한반도에서 살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12일 발표했다.
이번에 발견된 두 발로 걷는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 수백 여점이 발견된 곳은 경상남도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의 공사 지역으로 약 1억1000만 년 전 퇴적된 백악기 지질층에 해당한다.
발자국 화석은 발가락이 4개이며, 첫 번째 발가락이 가장 작고,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길다. 발가락에는 마디의 흔적도 잘 보존되어 있다. 발자국에는 발바닥 지문(발바닥 피부 자국)이 보존돼 있으며 이는 현생 악어의 발바닥 피부 패턴과 거의 유사하다. 발자국의 크기는 18~24cm로 이를 바탕으로 추산한 악어의 크기는 최대 3m에 달한다.
연구진은 악어가 걸어가면서 남겼을 발자국 사이의 간격(보행렬)을 분석해 이 악어가 이족보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백악기보다 앞선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지층에서는 두 발로 걷는 화석이 이미 발견됐지만, 백악기의 이족보행으로 추정되는 악어의 생존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이미 멸종한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Δ앞발자국의 흔적이 얕게 찍혀 있거나 혹시라도 연구자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 Δ평소에는 네 발로 걷다가 일시적으로 두 발로 걸었을 때 남겨진 뒷발자국 흔적일 가능성 Δ앞발자국이 뒷발자국에 의해 지워져 발견 안 됐을 가능성 Δ악어가 수중에서 헤엄치다가 뒷발로 바닥을 짚으며 이동한 흔적일 가능성 Δ원시 악어의 무게 중심이 뒤쪽에 있어 뒷발자국이 앞발자국보다 깊게 찍혀 안 보일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논의·검토했다.
그 결과 이와 같은 가능성은 배제됐고 사천 자혜리의 발자국 화석들은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가 남긴 발자국이라는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
이 원시악어 발자국은 최초로 발견된 만큼 새로 이름이 지어졌다. 원시악어인 대형 바트라초푸스(large Batrachopus)의 발자국이라는 뜻의 '바트라초푸스 그란디스(Batrachopus grandis)'라는 이름이다.
한국의 발자국 화석을 30년 동안 연구한 마틴 로클리 교수는 "풍부한 흔적들을 통해 생태계 전체를 읽어낼 수 있다"며 "기존 연구에 따르면 물고기, 개구리, 거북이, 여러 종의 공룡과 익룡, 포유류 등이 흔적으로 남았는데 이번 연구 결과는 호숫가에 두 발로 걷는 악어가 있는 다른 생태 환경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 김경수 교수는 "이 연구는 경남 서부 지역인 진주, 사천, 고성 일대의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가 세계자연유산 등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발자국 화석 보존 상태와 세계 최고의 다양성 등은 백악기의 생태계를 충분히 복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한국, 미국, 호주의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 임종덕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복원기술연구실장, 배슬미 진주교대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연구원이 참여했고 미국에서는 콜로라도 대학교의 마틴 로클리 교수가 호주에서는 퀸즈랜드대학교의 앤서니 로밀리오 박사가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