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안성서 최초 발견.. 치료제도 없는데 30도서 급속히 퍼져

입력 2020.06.12 06:58수정 2020.06.12 16:08
미국세균.. 양키 고 홈!
2015년 안성서 최초 발견.. 치료제도 없는데 30도서 급속히 퍼져
2015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과수화상병이 해마다 발생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는 그 피해가 더 극심하다. 사진은 과수화상병 병징(病徵)이다.(농촌진흥청 제공).2020.6.12.© 뉴스1


[편집자주]충북의 사과나무와 배나무가 타들어가고 있다. 전국도 마찬가지다. 2015년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 확인된 과수화상병이 매년 심심치 않게 발생하다가 지난해부터는 충북을 중심으로 전국의 과수원을 모조리 태울 기세다. 올해만 벌써 지난 9일 기준 전국 318개 농가에서 확진이 확인됐다. 대체 과수화상병이 무엇이기에 방제조차 제대로 못 하고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지 짚어봤다.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때 이른 무더위와 함께 충북을 비롯한 전국의 과수원을 덮친 과수화상병은 현재까지는 백약이 무효하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는 얘기다. 오로지 감염된 나무를 없애는 게 상책이다.

◇240년 전 미국 뉴욕주서 첫 발견 뒤 세계로 퍼져

과수화상병은 240년 전인 1780년 미국 뉴욕주에서 처음 발견된 뒤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를 비롯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름처럼 사과나 배 등의 잎,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불에 타 화상을 입은 것과 같이 변해 검거나 붉게 마르는 피해를 주는 세균병이다.

병원균(학명 Erwinia amylovora, 일반명 Fire blight)은 주로 줄기나 굵은 가지의 병환부(궤양)에서 월동하다가 최적의 발육온도(30도) 등 적합한 환경일 때 급속히 병징(病徵)을 나타낸다.

그 시기가 대체로 6~7월이지만, 올해는 5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3도 높고 더위도 일찍 찾아오면서 첫 발생 시기가 당겨졌다.

게다가 과수의 꽃이 피는 시기 전후로 잦은 비가 내려 고온다습한 환경까지 조성되면서 잠복한 병원균의 활동 시기가 더 빨라졌다.

◇2015년 경기도 안성서 국내 첫 발견…그해 충북 제천도

과수화상병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2015년 5월 경기도 안성에서다. 그것도 다른 과수 감염병을 조사하다가 발견한 우연이었다.

가지검은마름병의 특성을 조사하던 한 연구자의 의심신고로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조사한 결과 안성의 3개 농가에서 과수화상병균이 확인됐다.

그해 안성에서만 43개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피해 면적은 38.1㏊였다. 인접한 충남 천안에서도 같은 해 확진(23개 농가 20.8㏊)이 확인됐다.

경기도 안성에서 국내 첫 과수화상병이 발견되고 2개월 뒤 충북에서도 첫 확진이 확인됐다. 앞선 두 지역과는 75㎞ 이상 떨어진 제천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다.

과수화상병으로 검역당국의 예찰이 강화되면서 과수농가를 예찰하던 공무원이 의심증상을 발견해 2015년 7월 확진으로 이어졌다.

상당한 거리의 제천에서도 감염이 확인되자 검역당국이 3개 발생 지역의 역학관계를 조사했으나 뚜렷한 유입 경로를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언제 어떻게 유입됐나…2000년대 초중반 이후 추정

과수화상병의 국내 첫 발견은 2015년이지만, 전문가들은 그 이전에 우리나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역당국이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과수화상병균을 분석한 결과 2000년대 초중반 북미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병원균과 동일한 유전자 그룹에 속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병원균이 언제,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유입됐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과수화상병이 유입된 시기는 국내 첫 발견 수년 전부터 비슷한 병징이 있었다는 목격 등을 토대로 2000년대 초중반 이후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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