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진중권 공격에 참지못한 청와대 "어느 날.."

입력 2020.06.11 12:06수정 2020.06.11 14:17
"꽃을 잃고, 나는 운다"
계속되는 진중권 공격에 참지못한 청와대 "어느 날.."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고 탁현민이 해준 이벤트를 하는 의전 대통령이라는 느낌"이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11일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시'(詩)로 입을 뗐다.

문 대통령 취임부터 청와대에 함께 입성해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맡아온 '대통령의 필사' 신동호 연설비서관은 11일 오전 페이스북에 기형도 시인의 '빈집'을 차용한 '빈 꽃밭'이라는 시를 게재했다. 신 비서관은 강원고 3학년 학생이던 1984년 '오래된 이야기'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한 시인이다.

신 비서관은 "어느 날 아이가 꽃을 꺾자 일군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라며 "아이는 더 많은 꽃을 꺾었고 급기야 자기 마음속 꽃을 꺾어버리고 말았다"로 글을 시작했다.

이어 기형도 시인의 '빈 집'의 첫 구절인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를 "꽃을 잃고, 나는 운다"로 변주하고 "꽃을 피워야할 당신이 꽃을 꺾고 나는 운다, 헛된 공부여 잘 가거라"라고 말했다.

꽃은 대표적인 진보 지식이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자체, 또는 변질된 586 운동권 세대의 진보 지식인을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비서관은 "통념을 깨는 곳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부조화도, 때론 추한 것도 우리들의 것이었다"라며 "숭고를 향해 걷는 길에 당신은 결국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지만 꽃을 잃고, 우리는 울지 않는다"고 했다.

진보의 가치를 실현해가는 길에서 돌아선 진 전 교수를 "주저앉았다"고 표현하면서 결국 "우리는 울지 않는다"는 말로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신 비서관은 지난 2월 진 전 교수가 문재인 정부와 여당, 지지자들을 향해 나를 세우자 '파국을 걱정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역사는 진보한다고 하지만, 반드시 진보해야 한다는 생각은 역사의 모든 역동성을 단순화시킨 결과"라며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고 진 전 교수를 저격했다.


진 전 교수는 전날(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주최로 열린 '온(on) 국민 공부방'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요즘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문을 보는데 이분은 정말 참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느끼는데 문 대통령을 보면 그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최우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어디서 누구에게 확인해서 저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거짓"이라고 지적했고,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은 "자기가 보지 않은 사실을 상상하는 건 진중권씨의 자유입니다만 그걸 확신하고 남 앞에서 떠들면 뇌피셜(근거 없는 생각)이 된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11일 "내 말을 앵무새처럼 '남의 글을 그대로 읽는다'는 뜻으로 이해한 모양"이라며 "원고 교정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연설에 자기 철학이 없다는 얘기"라며 "(문 대통령이) 친구는 참 잘 두셨는데, 참모는 좀 잘못 두신 듯"이라며 재차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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