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정면 돌파 의지.. '삼바 분식회계 의혹' 핵심쟁점은

입력 2020.06.03 17:16수정 2020.06.03 17:40
회계처리 방식 차이일뿐?
이재용 정면 돌파 의지.. '삼바 분식회계 의혹' 핵심쟁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를 하고 있다. 2020.5.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재용 정면 돌파 의지.. '삼바 분식회계 의혹' 핵심쟁점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2020.5.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재용 정면 돌파 의지.. '삼바 분식회계 의혹' 핵심쟁점은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2020.5.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재용 정면 돌파 의지.. '삼바 분식회계 의혹' 핵심쟁점은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개최를 요청한 것으로 3일 알려지면서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 쟁점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기업 바이오젠과 공동 투자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처음부터 자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은 에피스 설립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85%를 보유한 것을 고려하면 자회사로 회계처리를 하는 게 당연했다는 입장이다. 또, 2015년 바이오에피스의 신약개발이 가시화됨에 따라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계사로 명확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삼성바이오, 신약 개발 임박하자 에피스 자회사서 관계사로 변경…증선위 "처음부터 관계사로 했어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전날(2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를 소집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수사심의위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재임하던 시절인 2018년 대검찰청 산하위원회로 도입됐다.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와 관련해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사항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심의위 소집 요청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삼성과 이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2018년 11월 증선위의 검찰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쟁점은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에피스의 지배력과 관련한 회계처리의 적절성 여부다.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 바이오분야 기술력이 부족했던 삼성은 바이오젠에 합작 투자를 제안하면서 바이오젠의 지분(초기투자금)은 낮춰주는 대신, 신약개발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을 고려해 지분율을 50%까지 높일 수 있는 콜옵션을 바이오젠에 부여했다.

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율이 85%, 바이오젠의 지분율은 15%였다. 삼성은 설립 초기 지분율을 고려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바이오에피스를 회계상 자회사로 처리해왔다.

그러나 2015년 실제 신약 개발이 임박하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신약개발은 곧 바이오기업의 가치 급상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삼성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실제 2015년 삼성은 이전까지 3000억원 규모였던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신약개발이 임박한 이유 등으로 5조2700억원 규모로 산정했고, 공동 투자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회계상 관계사로 정리한다.

에피스의 기업가치 상승은 곧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는 2015년 1대 0.35 비율로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를 자회사로 둔 제일모직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다만 이 경우 콜옵션(1조8000억원 규모)이 부채로 인식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금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되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마저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검찰과 증선위는 삼성이 콜옵션을 고려해 처음부터 에피스를 관계사로 회계처리를 해야 했다고 주장한다.

증선위는 당시 삼성바이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회계기준서는 지배력 판단에 대한 변경이 있는 경우에만 보유지분 가치의 공정가치(시장에 근거한 측정치) 평가를 허용한다"며 "2012년부터 2014년 올바른 회계처리를 공동지배(관계사)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회사가 2015년에 에피스 주식을 관계사로 회계처리하면서 대규모 평가차익을 인식한 것은 잘못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 "회계처리 방식 차이일뿐"…美 바이오젠도 '에피스는 삼바 자회사' 공시


그러나 학계 등 일각에서는 이번 분식회계 의혹은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일 뿐, 불법을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모호한 회계 기준을 고려할 때 무리한 측면이 많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증선위는 에피스를 관계사로 뒀어야 했고, 관계사로 지배력 판단을 바꾸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미국 바이오젠은 과거 에피스 설립 초기에 에피스가 삼성바이오의 자회사라고 공시를 통해 명백하게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금감원과 증선위부터 처음에는 에피스를 자회사로 뒀어야 한다고 했다가, 후에 관계사로 뒀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며 "발생하지도 않은 매출을 허위로 만든다든지, 부실을 숨기는 것이 분식회계이지 이번 예처럼 신약 개발과 콜옵션에 따른 지배력 변화 판단을 분식회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코스피 전체 3위에 해당하는 41조원에 달하는 회사로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합병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지분가치를 부풀린 것이라는 주장이 과연 타당하냐는 지적도 있다.

삼성물산 시가총액은 약 20조원으로 물산은 합병을 통해 삼성바이오 지분 42%를 확보하게 돼 결과적으로 큰 이득을 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주가는 현재도 자산의 60%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바이오 지분가치 상승, 재개발 수주 등 사업이 비교적 양호한 경영 상태에서도 장기간 낮은 주가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이끌기 위해 삼성물산의 지분가치를 의도적으로 하락케 하고 제일모직은 부풀렸다는 식의 시세조종이 시장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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