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베를린 폭격에서도 살아남은 악어 '새턴'(Saturn)이 러시아 모스크바의 동물원에서 84세로 숨졌다. 이 악어는 한때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의 애완동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동물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새턴을 씻기는 짤막한 영상과 함께 "어제 아침 새턴이 노환으로 죽었다"며 "우리는 74년 동안 새턴을 지킬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글을 올려 부고를 알렸다.
새턴은 1936년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태어나자마자 사로잡혀 베를린 동물원으로 보내졌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11월 베를린이 폭격을 당할 때 동물원을 탈출한 새턴은 3년 뒤 영국군에 발견돼 소련에 넘겨졌다.
새턴은 사육사를 알아볼 수 있었고, 솔로 마사지를 받는 것을 좋아했으며, 화가 나면 철로 만든 집게와 콘크리트 조각을 이빨로 거뜬히 부서뜨릴 정도로 힘이 셌다고 동물원 측은 전했다.
모스크바 동물원은 이번 부고 소식에서 "새턴은 우리에게 하나의 시대였다"며 "우리는 그의 눈을 바라보고 그의 곁에 있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밝혔다.
한때 새턴이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의 애완동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동물원 측은 이에 대해 "새턴이 히틀러의 소유였다고 해도 동물은 전쟁과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인간의 죄를 동물에게 돌리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새턴은 박제돼 모스크바의 국립 생물학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야생 미시시피악어의 수명이 대개 30~5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턴은 매우 장수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