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교육부가 초·중·고교 등교개학 일정을 1주일씩 순연하기로 하면서 고3 학생들뿐 아니라 고1도 내신 관리와 시험 압박이 커지고 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밝힌 일정대로 고등학생들이 등교수업을 시작하게 되면 고1의 경우 심하면 일주일 만에 중간고사를 치러야 한다. 교육부가 밝힌 고교 등교개학 일정은 20일 고3을 시작으로 27일 고2, 6월3일 고1 순이다. 그런데 대부분 고교는 현재 6월 둘째 주와 셋째 주에 중간고사 일정을 잡아놓은 상태다.
이를테면 서울 A고의 경우 6월11일부터 중간고사 일정이 시작된다. 3학년은 등교 후 약 3주 만에 중간고사를 치르지만 2학년은 2주, 1학년은 1주 만에 중간고사를 치르게 된다. 6월5일부터 중간고사 일정을 잡아놓은 학교도 있다.
대입을 목전에 앞둔 고3도 중간고사가 중요하지만 고교 입학 후 1학년 1학기 때 처음 치르는 중간고사는 향후 대입 전략을 세우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일수록 1학년 첫 중간고사를 망치면 나중에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명호 서울 석관고 교장은 "대개 6월 둘째 주와 셋째 주에 중간고사를 보게 되면 2~3학년은 등교하고 2주, 3주 기간이 있지만 1학년은 중학교와 고교가 시스템이 다른데도 등교 후 일주일 만에 시험을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대입에서 내신이 강조되고 있어 현재 고1 학생들의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고1 첫 중간고사를 보고 학교생활기록부 전형과 내신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라며 "등교하고 1~2주 만에 중간고사를 보게 되면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1학기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고 기말고사만 치르기에도 부담이다.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높아지면서 내신 성적의 영향이 큰데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 있는 수행평가로 대체하면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혜남 교사는 "기말고사만 보게 되면 공정성 문제 때문에 학부모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중간고사를 안 보는 학교는 없을 것 같고, 조금 무리하더라도 일정을 늦춰서 중간고사를 보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고교마다 중간고사 일정 등 학사일정을 재조정하느라 긴급회의를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학사일정을 재조정한다고 해도 1학년은 2주 정도 지나면 중간고사를 봐야 해서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중간고사를 미룬다고 해도 기말고사 역시 부담이다. 등교일정은 다르지만 학교에서는 기말고사 일정과 방학은 기존 일정대로 모든 학년을 같이 맞출 것으로 보인다. 기말고사를 늦추면 여름방학과 2학기 일정까지 줄줄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건홍 경기 백영고 교장은 "내신 변별력 때문에 일반고는 중간·기말고사를 모두 치를 수밖에 없다"라며 "중간고사 일정을 늦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기말고사까지의 기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어 학교 입장에서도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등교하면 짧은 기간에 교과활동을 해야 하고 활동에 따른 평가도 해야 한다. 수행평가도 해야 한다"라며 "특히 1학년은 고교에 입학한 후 전혀 학습에 대한 안내가 안 된 상태에서 원격수업으로 들어가고 등교하면 계속 평가를 해야 해서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교육부가 밝힌 일정대로 등교수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지난 7일 시작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낮 12시 기준 103명으로 늘었다. 확진자가 서울 64명, 경기 23명, 인천 7명, 충북 5명, 부산 2명, 전북 1명 제주 1명 등 전국으로 퍼져 있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뿐 아니라 가족, 지인, 동료 등 2차 감염자도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도 "향후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변동이 있을 경우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혀 추가 연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혜남 교사는 "등교가 여기서 더 연기된다면 도저히 중간고사를 치를 시간이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명호 교장은 "예정대로 등교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육부가 등교일정을 늦추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플랜A, 플랜B, 플랜C를 갖고 학교현장에 예측가능성을 줘야 한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