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5시간 사이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중국동포(조선족)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은 인정되지만, 범행의 끔찍함이나 일반시민에 대한 보호를 고려하면 1심이 선고한 징역 45년이 무겁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2)의 선고공판에서 김씨 측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김씨 측은 징역 45년이 너무 무겁다고, 검찰은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각각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 2명은 무자비한 공격을 받고 극도의 공포와 분노 속에서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다"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홀로 한국에서 와서 일하던 피해자, 31세의 젊은 나이의 피해자는 각각 아무런 이유없이 쓸쓸하게 생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별다른 이유없이 고시원 옆방에 살던 이웃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다시 새 범행도구를 준비해 인근 건물 옥상에서 잘못이 없는 사람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다"며 "피해자들의 유족은 물론 대다수 국민에게 엄청난 경악과 충격을 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서 일반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평생 속죄하면서 살아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행 당시 김씨가 조현병 등 정신병적 장애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던 점은 인정됐지만, 형을 감형할 순 없다고 봤다.
김씨는 지난해 5월14일 밤 11시30분쯤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빌딩 옥상에서 술을 마시던 중 회사원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으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씨는 같은날 오후 6시47분쯤 서울 금천구의 고시원에서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형법 제42조에 따르면 유기징역의 상한은 30년 이하이지만,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징역 50년이 상한이다. 김씨의 경우 2건의 살인으로 기소돼 경합범 가중이 됐다.
1심에 이은 이번 판결은 민간 법원에서 선고된 유기징역 판결로서는 역대 최고 형량으로 알려졌다. 앞서 군사법원은 2014년 10월 육군 28사단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주도한 이모 병장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이 병장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징역 40년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