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박주평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3주년을 맞는 가운데 '코로나 위기' 극복으로 60% 중반에 달하는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방역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먹고 사는 문제가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지지율이 결집하는 효과를 누린 만큼 향후 경제위기의 성공적인 극복 여부가 지지세를 유지하는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4월 5주차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주차(62%)보다 2%p 상승한 64%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26%로 지난주(30%)보다 4%p 하락했고, 10%는 의견을 유보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대급'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의 분기별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통해 대략적인 비교를 할 수 있다(한국갤럽은 지난 1988년부터 동일한 방법으로 대통령들의 직무수행을 평가).
역대 대통령의 3년차 4분기 지지율은 Δ노태우 25.0% Δ김영삼 32.0% Δ김대중 30.0% Δ노무현 23.0% Δ이명박 47.0% Δ박근혜 43.0% 등이다. 문 대통령의 3년차 4분기 지지율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월간 통합 지지율(2월 44%, 3월 49%, 4월 60%)을 고려할 때 역대 최고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높은 지지율의 배경은 단연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평가한 이유로 '코로나19 대처'(58%)를 꼽았다. 코로나19 관련 응답은 12주째 긍정 평가 이유 1순위에 올랐다. 부정 평가 이유에서 '코로나19 대처 미흡'(8%)은 3순위에 그쳤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위기 속에서 지도자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평시로 갔을 때도 이 지지율이 유지될 수 있겠나, 결국 정부의 정책 실적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원래 대통령 지지율에 경제가 가장 중요하지만, 지금은 위기상황 때문에 지지율이 높은 것"이라며 "위기가 해소되면 지지율은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 2018년 12월 첫째 주부터 지난 3월 셋째 주까지 50%를 밑돌았다(평균 45%).
가 교수는 "결국 경제가 모든 답을 준다"면서 "이 다음을 빨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하락은 금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절벽 등 경제위기 극복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19일부터 다섯 차례 주재한 비상경제회의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관함으로써 기존 보고·지휘 체계가 담보할 수 없는 신속한 정책 결정·집행을 독려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제 떨어질 일만 남은 셈인데,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선도적으로 잘 헤쳐나가면 오히려 반등할 수 있다"면서 "아직 지지가 확고하지 않은 층에서는 경제가 좋아지면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180석(더불어민주당 163석, 더불어시민당 17석)을 차지하면서 정책을 추진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항상 기회는 위기이기도 하다"며 "180석을 기반으로 대통령 임기를 늘리는 개헌을 하려고 하는 등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운 일을 하면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며 "과거 열린우리당처럼 핵심 지지층 입맛에 맞는 것을 지나치게 입법하려고 하면 다수의 분노를 산다"고 제언했다.
참여 정부에서 집권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역풍'을 등에 업고 치러진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152석이라는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자마자 이른바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 폐지·과거사법·사학법·언론개혁법)을 추진하다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했고, 국민 여론도 악화하면서 2007년에는 릴레이 탈당으로까지 이어졌다.
엄 교수도 "개헌 이야기를 하면 다 휩쓸려간다"며 "원내대표, 당 대표 등 지도부에서는 경제살리기보다는 큰 이슈를 끌고 가려는 경향이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