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검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이른바 '백원우 특별감찰반'의 A 검찰수사관 휴대전화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몇달 째 신경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검경이 계속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경 간 갈등은 A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두고 시작됐다. A 수사관은 청와대, 경찰청을 거쳐 울산경찰청으로 이첩됐다는 '김기현 비위 첩보' 문건의 생산 경위와 이번 의혹과 관련 백원우 전 비서관의 역할을 밝혀낼 핵심 인물로 꼽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A 수사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그는 조사시각 전 서울 서초구 지인의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가 A 수사관의 사망현장에서 A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했으나, 검찰은 서초경찰서를 기습 압수수색하는 형식으로 이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되돌려 받겠다며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이를 반려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자 경찰은 "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중요 변사 사건에 있어서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은 필수적"이라면서 검찰의 영장 기각 사유를 반박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렇게 지켜낸 A 수사관의 휴대전화 '아이폰X(텐)'의 잠금을 무려 4개월 만에 풀어냈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검찰은 경찰의 포렌식 참관을 허용하면서도, 휴대전화 속 자료를 볼 권한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또 검찰은 A 수사관의 변사사건 수사를 마칠 수 있도록 휴대전화를 경찰에 돌려줬지만,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는 알려주지 않았다. 경찰이 유류물에 불과한 A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분석할 권한이 없다는 검찰의 입장과 그래도 A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경찰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셈이다.
이렇게 A 수사관의 휴대전화 잠금상태가 유지되면서, 경찰은 검찰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만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혹은 검찰이 사용한 잠금 해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경우, 경찰은 검찰이 암호를 해제하는 데 걸린 4개월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정확히 알기 위해선 휴대전화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경찰 내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경간 이처럼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게 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경우,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