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극심한 스토킹에 시달리다 못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렸던 여성 프로바둑기사 조혜연 9단은 28일 "경찰이 잡아줄 생각이 없었던 것(같았다)"며 "국민청원에 올라가고 언론에 기사화가 되자 적극적으로 잡아주고 구속까지 됐다"고 경찰 처사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 9단은 "(스토커가) 허구한 날 저랑 함께 일하는 남자 프로기사들에게 '불륜이니, 죽일 놈이니'(했다)"며 "동료들이 더 피해자다"고 스토커로 한 사람으로 인해 주변 모두 고통을 겪고 있기에 엄한 처벌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만 11세 11개월의 나이로 입단, 조훈현-이창호에 이어 최연소 입단 3위라는 명예로운 기록을 갖고 있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기사 중 한명인 조 9단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이번에 고소한 정모씨 말고 바둑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괴롭힌 스토커들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1년여 스토킹한 정시는 저와 주변, 일상생활을 완전히 파괴할 정도로 심각한 그런 스토커였다"며 "이번 달에도 경찰신고를 8번 했지만 스토커가 괴롭히고, 저를 타깃으로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증거 제출을 하고, 스토킹 피해를 증명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절차는 아니었다"고 피해자가 스토커로 인해 피해받았음을 증명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조 9단은 "(스토커가) 매우 저속한 욕설을 건물 내벽과 외벽에 동시에 낙서를 했고 협박하는 낙서인데도 몇몇 경찰관들은 '이 사람의 의견일 뿐이다' 이렇게 묵살했다"며 "한마디로 잡아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경찰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했다.
경찰은 조 9단이 청와대 청원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수사에 들어가 40대 후반의 정씨를 체포, 지난 25일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26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9단은 정씨가 구속된 것은 청와대 청원, 언론보도와 함께 "초등학생 수강생들이 참고인으로 진술도 한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조 9단은 "학부모 동의 아래 애들이 '너무 무섭다', ' 이상한 아저씨가 와서 한손에는 맥주(를 들고)'는 등 굉장히 상세하게 정황을 이야기했다"며 "(스토커가) 초등학생들한테 위협을 가한 사실까지 확인이 되면서 (경찰이) 사안이 중대하다 이렇게 판단(체포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조 9단은 "(스토킹) 동기가 무엇인지 짐작은 하고 있다"며 "이 사람이 '사랑한다, 너는 내 여자다, 너는 나와 함께 가야 한다, 당장 나와라'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런 스토커로 인해 "같이 일하는 남자프로기사가 더 큰 피해를 봤다"는 조 9단은 "(보다 엄한 처벌내용이 담긴) 스토킹 방지법안이 하루빨리 발의되든지 해야 할 것 같다"고 희망했다. 현재 스토커를 제재다흔 수단은 '벌금 5만원'에 처하는 것 외에는 없다. 조 9단을 스토킹한 정씨는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