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오늘이 죽은 애아빠의 생일인데 내가 법원 앞에서 이러고 있는 게 너무 억울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전두환씨(89)가 27일 재판을 받는 가운데 이날 오전 전씨를 보기 위해 법원 앞에 나온 최영자씨(58·여)는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았다.
최씨는 이날 검정 마스크를 쓰고 5·18추모제 때 입는 흰색 소복을 입고 광주 법정에 출두하는 전두환을 맞기 위해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 나왔다.
최씨는 '무릎꿇은 전두환 동상'을 광주지법 정문 앞에 옮기는 과정에서 보수단체 관계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워 모욕을 주는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내 인생이 너무 억울하고 너무 분하다. 오늘이 죽은 애아빠 생일인데 내가 전두환을 보겠다고 소복을 입고 법원 앞에 나와 있고 또 저런 사람들한테 아직도 저런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최씨는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원이다. 그의 남편은 5·18 당시 계엄군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부상을 입었고 이후 줄곧 병상에서 생활했다.
당시 머리를 곤봉으로 심하게 맞은 남편은 생전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다. 최씨는 남편의 병수발을 하며 혼자 자식들까지 키워야했다.
그러다 2007년 병상에 누워있던 남편은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으로 세상을 등졌다.
특히 4월27일은 죽은 남편의 생일로, 전두환의 광주재판과 겹치면서 최씨의 슬픔은 더욱 컸다.
최씨는 "1980년부터 2007년까지 수십년이 항상 5·18 같았다. 우리는 항상 지옥이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남편이 저세상으로 떠난 이후에도 최씨의 슬픔은 끝나지 않았다.
최씨는 "온갖 폄훼, 망언, 가짜뉴스에 가슴 속 상처만 더 심해졌다. 빨리 이 지옥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