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서 남친에게 약물 투약해 살해한 여친의 최후

입력 2020.04.24 10:54수정 2020.04.24 13:37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모텔서 남친에게 약물 투약해 살해한 여친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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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뉴스1) 정진욱 기자 = 경기 부천의 한 모텔에서 남자친구에게 약물을 과다 투약해 숨지게 한 30대 여성간호조무사에게 징역 3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임해지)는 24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32·여)에게 이같이 선고 했다.

이른바 '부천링거 사망 사건'이라 불리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 사건은 30대 여성간호조무사가 남자친구를 계획적으로 살인했다는 검찰의 주장과 살인 혐의를 부인한 피고인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선고심에서 A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년여 동안 피해자 몰래 동거를 하고 있음에도, 피해자의 계좌에서 돈이 이체된 점을 들어 성매매 의심을 한 후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로회복이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링거를 맞아 죽음을 맞이 했다"며 "자신의 의학지식을 이용해 피해자를 살인 한 후 자신은 그 약물을 복용해 동반자살을 위장한 점 등에 비추어 볼때 범행 방법과 과정 등이 잔인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피고인과 대화하면서 '피고인을 닮은 딸을 낳고 싶다'고 말하며 미래 계획을 나눈 것을 보아 피고인과 동반자살을 모의한 문자내역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볼때 피고인은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돼 참회하고 유족에게 속죄하는 게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11시10분쯤 경기도 부천시 한 모텔에서 남자친구인 B씨(30)에게 링거로 마취재 등을 과다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 됐다.

A씨는 또 자신이 근무했던 병원이 폐업하자 마취제인 프로포폴과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 등을 처방전 없이 B씨에게 투약하고, 해당 병원의 약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B씨는 프로포폴, 리도카인, 디클로페낙을 과다하게 투약받아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A씨는 약물을 치료농도 이하로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경찰은 A씨를 위계승낙살인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 입건후 검찰에 송치했다.

위계승낙살인죄는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속인 후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숨지게 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다.

검찰은 A씨를 불구속한 상태에서 수사를 벌여 살인죄로 죄명을 변경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2019년 11월 7일 A씨를 구속했고, 지난 8일 결심 공판에선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A씨는 "동반자살 시도후 살인이라는 죄명으로 누명이 씌어져 죽고 싶은 마음"이라며 "살인이라는 누명으로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혼자 살아남은 제 자신을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절도나 횡령도 하지 않았다.(남자친구를)말리지 못하고 동요돼 결정한 것이 제 자신에 대한 원망과 후회로 살아가야 할 것 같다"며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신다면 소중하게 살아가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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