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44번 확진자' 집단 알림에만 이례적 공개한 것

입력 2020.04.09 13:59수정 2020.04.09 14:46
이미 다 아니깐.. 뮝?
강남구, '44번 확진자' 집단 알림에만 이례적 공개한 것
강남구가 발송한 긴급재난문자 캡처. © 뉴스1


강남구, '44번 확진자' 집단 알림에만 이례적 공개한 것
강남구청 전경. (자료사진) © 뉴스1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강남구청] 8일 18시 기준 확진자 2명 추가. 관내 동선 없음(누적 56명). 유흥업소 직원(44번 확진자) 추가 동선 공개'

서울 강남구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이동경로 추가 사실을 알리면서 구민 등에게 보낸 국가재난알림에 확진자의 직업으로 '유흥업소 직원'을 적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사생활 보호 등을 중시하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구민들의 이동경로와 인적사항을 최소한으로 밝히던 강남구청이 유흥업소 직원을 적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8일 강남구청은 국가재난알림을 통해 "8일 18시 기준 확진자 2명 추가, 관내 동선 없음(누적 56명). 유흥업소 직원(44번 확진자) 추가동선 공개"라고 밝혔다. 확진자 2명이 추가됐다고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구내 몇번째 확진자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구내 44번째 확진자에게 '유흥업소 직원'이라고 표기, 이를 전송했다.

같은날 서초구청은 주민들에게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서초구 32, 33, 34번째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했다. 이가운데 서초구 32번째 확진자는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에서 발생한 사례지만 서초구는 관련한 정보 대신 '28세. 남성. 반포4동(거주). 32번 확진자 K씨'라는 신상정보와 서초구 내에서의 상세한 경로를 공개했다.

강남구 유흥업소 확진과 노량진 공무원학원가에서의 확진자 발생은 이날 코로나19와 관련한 이슈 중 가장 뜨거웠던 사례들이다. 그러나 강남구와 서초구의 대처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개인정보 침해와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확진자 동선에서 세부적인 주소와 직장명은 빠진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코로나19) 노출자를 신속히 확인하는 동시에 공익적 목적, 사생호라 보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제외하고 거주지 세부 주소나 직장명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확진자로 인해 직장 등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코로나19가 전파될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공간적, 시간적 정보를 특정해 공개토록 했다. 이같은 내용은 확진자 동선 공개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으로 마련돼 지난달 각 지자체에 전달됐다.

이같은 가이드라인에도 44번 확진자에 '유흥업소 직원'이라 표기한 강남구청은 앞서 구내 확진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한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강남구청에 게재된 56명 확진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결과, 직업이 공개된 확진자는 44번이 유일했다.

직업과 직장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된 경우도 없었다. 강남구 16번째 확진자에 대해 강남구청은 3월15일 동선을 통해 '15:50 편의점(역삼역3번출구), 16:00 사무실(역삼역 3번출구), 18:00 자택' 등으로만 표기했다. 다른 확진자의 경우에도 직장은 '사무실(논현동)', '역삼동 직장 출근' 등으로만 표기됐다.

강남구는 앞서 코로나19 유증상 상태로 제주여행을 다녀와 비난을 받은 강남 거주 미국 유학생 등 모녀와 관련, 추가 이동동선 공개 등 요구가 빗발치가 "선의의 피해자"라며 이를 비호해 논란을 부추긴 바 있다. 당시 강남구 측은 미국 유학생의 경우 동선 공개 의무가 없는 기간에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4번의 확진자의 경우 다른 기준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44번 확진자의 당초 동선은 '3월 28~31일 자택에서만 생활'을 시작으로 양성 판정을 받은 4월2일까지만 공개됐었다. 그러나 추가된 동선에는 28일 이전의 동선이 포함됐다.

강남구청은 '3월27일 20:00~28일 04:14 유흥업소 근무'라는 동선을 추가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여성은 3월29일부터 증상이 발현됐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동선 공개는 증상 발현 하루전부터가 원칙이지만, 강남구청은 예외를 적용해 44번 확진자의 동선을 증상 발현 이틀전으로 확대했다.

앞서 국가재난알림을 통해 '구로구콜센터 관계자', '만민중앙교회 관련자' 등의 정보가 포함되긴 했지만 이곳들은 각각 90여명, 40여명이 나온 수도권 내 대표 집단감염지다.

이 경우 '직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전파 양상이 확인되는 등 대중에게 꼭 알릴 필요가 있을 때는 공간적·시간적 정보를 특정해 공개한다'는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만 강남구 유흥업소의 경우 집단감염이 우려될 뿐, 아직까지 이곳에서 나온 확진자는 2명에 불과하다.

강남구 주민 A씨(34·여)는 "그동안 강남구가 직업을 공개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유학생이라는 정보는 표기한 적 있지만 이처럼 직업 공개를 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유흥업소 직원이라고 낮춰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유흥업소 관련' 등으로 표기할 수 있었을텐데, 굳이 유흥업소직원이라는 정보를 넣었어야만 했을까 아쉬움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강남구 관계자는 "27일 동선이 공개된 이유는 같은 장소에서 근무했다는 연속성 때문에 추가된 것"이라며 "동선 공개와 관련한 기준이 바뀐 것이 아니라 1차 역학조사 당시 진술내용에서 빠진 부분이 있어 역학조사 내용을 반영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흥업소 종사자'라고 직업을 표기한 것에 대해서는 "해당 유흥업소와 관련한 사실이 전국적으로 이미 알려져 이슈가 된 상황에 어떤 사례에 대한 추가 동선 공개가 있었는지를 구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