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해당 업소와 이용객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확진자들의 동선 공개에는 여전히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집단감염으로 인한 확진자 급증이 우려되는 만큼 제한적인 동선 공개 원칙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강남구에 따르면, 논현동에 거주하는 A씨(36·여)는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서초구 확진자 가수 윤학(37)과 26일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룸메이트이자 A씨와 같은 업소에서 근무하는 C씨(31·여)도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C씨는 2일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지만 5일 재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강남구 역삼동 유흥주점 종업원으로 지난달 27일 오후 8시부터 28일 새벽 5시까지 업소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시간대에 해당 업소를 방문한 손님과 직원은 적어도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남구와 서울시는 이 시간대 A씨와 접촉한 117명을 1차 파악하고 검체조사를 통보한 상태다.
현재 강남구청이 공개하고 있는 A씨의 이동 경로에는 해당 업소가 포함돼 있지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일 확진자 이동경로 공개 시점을 증상 발현 하루 전에서 이틀 전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 지침이 3일 0시부터 적용돼 2일 확진 판정을 받은 A씨의 동선 공개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강남구가 A씨의 업소 출근 등 28일 이전의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다.
이 때문에 강남구를 비롯한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강남구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는 강남구민들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정보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소문이 확산되는 등 불안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해당 업소 확진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소속 종업원들이 다른 업소로 출근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글들도 퍼지고 있다.
앞서 강남구청은 '제주모녀'의 동선공개에 소극적인 대처로 논란이 일은 바 있다. 당시에도 강남구는 정부의 새 지침 전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상 발현 하루 전부터 동선을 공개했다. 이밖에도 상호명, 확진자 거주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타 지자체와 달리 동선정보가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한 구민은 "뉴스를 보고 업소 위치를 알아보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지나다니는 경로였다"며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으면 상관없겠지만 지금은 확진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고 집단감염 우려까지 있는데 원칙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남구는 방역당국 지침에 충실하다는 입장이다. 확진자 거주지나 특정 장소에 대한 상세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 정보를 제공 중이라는 설명이다. 강남구청측은 "오히려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면 전체 거주자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며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에 대해선 방역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방역당국이 증상 발현 최대 3일 전까지 정보공개 확대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상이 나타나기 3일 전까지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현상이 해외 연구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월23일부터 3월16일까지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감염사레 243건을 분석한 결과 확진자가 증상 발현 3일 전에도 2차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했다. 확진자 스스로 감염된지 모르는 상태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증상이 발현하기 3일 전에도 바이러스가 배출되고 2차감염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방역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