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협박·폭행'에 女 자살, 남친은 5년 전..

입력 2020.04.05 07:00수정 2020.04.05 13:19
XX놈!
'몰카협박·폭행'에 女 자살, 남친은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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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헤어지자고 말한 것에 격분해 4년간 몰카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을 하고, 수십차례에 걸쳐 폭행을 해 여자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고간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특수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협박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3년6월을 선고했다.

사건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5년 8월 초 A씨는 서울 노원구 소재에 있는 자신의 집에 여자친구 B씨를 초대했다. A씨가 잠시 집을 비운 새 B씨는 옷을 갈아 입었는데, A씨가 앞서 몰래 설치한 소형카메라에 B씨의 알몸이 찍혔다.

며칠 뒤 B씨는 A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격분한 A씨는 B씨의 카카오톡으로 알몸 동영상을 전송한 후 "SNS에 올리겠다. 가족들에게도 알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다른 남성과 교제를 하면 가족들을 살해할 것이다"고 협박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또 2017년 2월~2018년 9월 A씨는 주먹, 목검 등 위험한 물건으로 A씨의 집, 차 등에서 B씨를 수십차례에 걸쳐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뇌진탕 등 상해를 입었다.

이 외에도 A씨는 B씨가 경찰에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해 신고 등 수사 단서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B씨의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을 한 혐의도 있다.

결국 B씨의 가족들의 신고로 B씨는 경찰에 A씨를 신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B씨는 A씨의 주거지 인근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1심 재판 내내 A씨 측은 "B씨와 몸싸움을 한 과정에서 B씨를 폭행한 사실은 있으나 위험한 물건으로 때린 적은 없다"며 "과격한 표현을 쓴 것이지 협박을 한다고 한 적은 없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A씨는 1심 재판 중에는 감형을 노려 반성문 80장을 제출했는데, 이 중 55장은 같은 날에 내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ΔB씨가 꾸며내기 어려운 구체적인 사항을 상세하게 진술한 점 ΔA씨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다 객관적인 자료를 들이밀면 진술을 번복해온 점 ΔB씨가 무고할 이유와 동기가 없는 점 ΔB씨가 제출한 녹취록, 상해진단서 등을 참작해 A씨의 특수상해, 폭행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1심 재판부는 "B씨는 A씨의 범행으로 장기간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며 "B씨의 가족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이 사건 법정에 이르기까지 보인 태도, 변명의 내용, 반성문의 내용을 비춰보면 과연 진심으로 범행을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일부 범행을 인정하는 점과 초범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3년6월을 선고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로부터 4330만원을 갈취한 공갈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2심 내내 A씨는 "B씨가 피해사실을 과장해서 고소했다. 화가나서 혼잣말을 한 것이지 B씨에게 협박을 하거나, 가족들을 해칠 의도가 없었다"며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B씨는 A씨의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으로 저항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금원을 갈취당했다. 공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형이 너무 가볍다"고 반박했다.

2심도 1심이 옳다고 봐 쌍방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A씨는 2심에 이르러 거의 매일 반성문을 써서 법원에 제출했다. A씨는 2심 재판 중 70장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를 양형에 반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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