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이세현 기자 =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불법촬영물이 제작·유포된 소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디지털성범죄 대응 총력전에 나섰다.
이번 사건을 '인권유린 범죄'로 규정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관련 텔레그램 대화방 단순 참여자 검토와 함께 최근 유사사건 처분도 전면 재검토해 사건처리기준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n번방'을 모방한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25) 사건을 25일 경찰에서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관련 사건 수사와 재판을 종합적으로 담당할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대검찰청은 전날(24일) 구본선 차장 주재로 대검 참모진과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성착취 등 신종 디지털성범죄 대응 회의'를 열었다.
이날 오전엔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 주재로 전국 여조부장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대검 지시사항을 일선청에 전달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윤 총장 지시에 따른 것이다. 윤 총장은 "이번 사건과 같은 인권유린 범죄는 반문명적, 반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갖고 검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다각적이고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사에서도 "여성·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우선적 형사 법집행 대상이어야 하고, 이에 소홀히 대처하는 건 현대 문명국가의 헌법정신에도 정면 배치된다"며 강력한 처벌과 함께 빈틈없는 피해자 지원을 강조했다.
회의 결과, 대검은 형사부를 컨트롤타워로 두고 각 부서와 일선청이 협력해 관련범죄에 대응하기로 했다.
디지털성범죄 대화방 개설·운영자, 적극 가담자는 물론 단순 참여자도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엄정 대응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접수돼 처리했거나 수사 또는 공판 중인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배포 등 사건을 분석해 유사사건 처분도 전면 재검토한다. 다각적 법리검토를 통해 강화된 사건처리기준을 신속 수립하기 위해서다.
대검은 신종 디지털성범죄 양상에 주목해 근본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범죄 전모를 철저히 규명하기로 했다.
실질적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해 사이버상 불법영상물 확산 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강구하고 유관기관과도 협력한다. 불법수익은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고, 해외서버에 대해서도 형사사법 공조 등 국제공조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 TF'를 구성했다. 총괄팀장은 유현정 여조부장으로 여조부와 강력부, 범죄수익환수부, 출입국·관세범죄전담부(사법공조 전담) 등 4개 부서 21명이 투입됐다. 지휘는 김욱준 4차장검사가 한다.
TF는 '박사방' 등 관련사안 수사와 공소유지, 형사사법공조(사건수사팀), 경찰 수사지휘 및 법리검토(수사지휘팀), 범죄수익환수 및 제도개선 등 재발방지대책마련(재발방지팀)을 종합 담당한다. 조씨 등 '박사방' 주요 피의자 사건은 이날 여조부에 배당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모든 관련자를 적발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피해 회복과 제도개선책 강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전날 'n번방' 관련 사건 주범 외의 가담자들도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을 검토하도록 했다. 이 법은 그간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사건에 적용돼 유죄판결 근거가 됐다.
법무부는 이른바 '관전자'인 일반회원 처벌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조처도 내놨다. 이들의 행위가 성착취 등 범죄 혐의의 가담·교사·방조에 해당하면 정도를 따져 공범으로 수사,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처벌규정이 없는 아동음란물 단순 시청에 대해선 "입법이 필요하다"며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