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사태' 이후 네이버 댓글 최저, 그러나..

입력 2020.03.23 12:10수정 2020.03.23 13:43
악플러 지금 떨고 있냐?
'신천지 사태' 이후 네이버 댓글 최저, 그러나..
네이버 뉴스 댓글 숫자 추이. (네이버 데이터랩) © 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네이버가 댓글 작성자의 이력을 공개한 이후 댓글 숫자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회의원 총선거가 임박하고 있는 데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좌표찍기' 등의 '여론조작' 행태가 이어지고 있어 실제 효과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23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21일 네이버 뉴스에 달린 댓글수는 총 37만7338개다.

통상 주말에 댓글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을 감안해도 적은 수다. 네이버 전체 댓글 수가 40만개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17일(33만4132개)이후 33일만이다.

특히 지난달 22일 이후 이른바 신천지 교인들에서 시작된 대구·경북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이래 댓글 숫자는 꾸준히 60만건 이상을 기록해왔다. 지난 2일에는 92만379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물론 댓글 수는 사안과 이슈에 따라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네이버의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당장 22일만 해도 댓글 숫자가 40만9884개로 전날보다 많아졌는데, 이는 댓글 작성 이력이 공개되기 직전 일요일인 15일(40만4242개)보다 많은 숫자다.

또 '신천지 사태' 이전이긴 하나 코로나19 국면이 이어지던 2월16일(일)에는 27만374개의 댓글이 달린 적이 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1월25일에는 설 연휴까지 더해져 23만4453개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 봤을 때는 1월5일(일)이 19만4439개로 가장 적었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좌표 찍기'가 계속되고, 악성 댓글러들의 활동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 댓글 숫자만으로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좌표 찍기의 경우 특정 기사 댓글 링크를 공유하며 특정 댓글의 '공감' '비공감'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다. 주로 정치·종교 세력에서 이를 이용하는데, 댓글 이력 공개 이후에도 트위터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 등에서 여전히 이같은 행위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의 '댓글 이력 공개'에는 본인이 쓴 댓글의 '공감율'은 표시되지만, 본인이 찍은 '공감', 비공감' 통계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는 셈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지난해 국감에서 '좌표 찍기' 논란에 대해 "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일 수 있다"면서 집단의 의사 표현 방식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한만큼, 당장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또 일부 악성댓글러들의 경우 '댓글 이력 공개'에 아랑곳하지 않고 특정 내용의 반복 게시, 유언비어, 인격모독성 댓글을 다는 모습이 보인다. 탈퇴 후 새로운 계정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은 데다, 실명 인증을 하지 않아도 7일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댓글을 달 수 있다는 점 등이 맹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더구나 다음달 15일 총선이 예정돼 있는 것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정치는 여론 조작이 가장 많이 이뤄졌던 분야이고, 총선은 각 정당과 지지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정치 이벤트다. 잠시 감소세를 보이던 댓글 숫자가 다시 늘어날 수 있고, '좌표찍기' 등의 행태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 예상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댓글 이력 공개' 자체의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바이트나 매크로 등의 '조작'을 대놓고 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총선 국면에서도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좌표 찍기'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은 이상 '여론 조작'이 이뤄진다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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