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주식 안하던 나도 샀다' 삼성전자에 꽂힌 개미들

입력 2020.03.20 14:50수정 2020.03.21 21:00
여전히 삼성전자는 우위.. "삼성전자가 망하면.."
'평생 주식 안하던 나도 샀다' 삼성전자에 꽂힌 개미들
코스피 지수가 10년 만에 '1500선' 아래로 내려갔다.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133.56(8.39%)포인트 내린 1,457.64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0.0원 상승한 1,285.7원 코스닥지수는 56.79포인트 내린 428.35로 장을 마감했다. 2020.3.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 코스피 지수가 11년 전 수준인 1400대로 내려앉은 19일 직장인 김진영씨(가명)는 '집에 가서 주식하는 법을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투자라고는 몇년 전 국내펀드에 가입해본 게 전부인 그다. '주알못'(주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인 김씨는 폭풍 검색에 돌입해 비대면 증권사 계좌개설에 성공한다. 20일 결전의 장이 열리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삼성전자 주식 15주를 주당 4만3000원에 샀다. 생애 첫 주식구매다.

# 직장인 박용환씨(가명)는 주식을 좀 안다고 자부한다. 전설적 투자가 워런 버핏에 영감을 받아 가치투자를 신조로 삼는 그는 이번 폭락장이 전에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삼성전자를 '줍줍'(줍고 줍는다)했다. 주식을 하면 '외국인과 기관이 사는 걸 사라'는 증시 격언이 머릿속에 스치고, 6만원이던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초반까지 내려가는 것을 보면 불안한 마음도 든다. 박씨는 '그래도 역시 믿을 건 삼성전자'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코로나19 사태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증시 환경이 조성돼 있지만 개미들의 삼성전자 사랑은 엄청나다. 외국인들이 두달간 13조원의 매물을 던지며 '바이(Bye) 코리아'를 외치고 떠나가는 와중에도 개인투자자는 12조원을 사 모았다.

이 기간동안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6조626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순매수 2위인 KODEX 레버리지(2조4887억원) 순매수 규모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1조3858억원을 사들여 전체 순매수 규모의 2/3 이상을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연일 급락한 이번주(3월16~19일)에도 1조2599만원을 샀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해 인터넷에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을 패러디한 그림도 등장했다. 이삭을 줍는 여인들이 바닥에 널린 삼성전자 주식을 줍는 모습이다.

폭락장에 생애 첫 주식으로 삼성전자를 택한 김진영씨는 "위기가 오더라도 '결국은 오른다'는 학습효과에 나 같은 사람도 주식생각을 한 것 같다"며 "삼성전자가 망하면 한국경제가 망한다고 하니 첫 주식이 됐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개인투자자가 웃지 못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주가가 두달간 6만2400원(1월20일)에서 4만2950원(3월19일)으로 1만9450원(31%)가 빠졌기 때문이다.

과연 개미들의 짝사랑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증권가에서는 폭락장세에서도 여전히 삼성전자가 상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의외의 기회요인도 있다는 분석이다. 재택근무·언택트(Untact) 문화가 퍼지면서 서버증설로 서버 D램 수요가 늘고,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발발과 확산으로 재택근무와 관련된 네트워크와 컴퓨팅 인프라 수요가 서버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중국과 한국을 넘어 유럽,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인 텔레워크와 언택트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네트워크와 컴퓨팅 리소스 확대 움직임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고(高)베타(고위험·고수익) 업종 투자는 당분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포함한 경기민감주는 대표적 고베타 업종이다. 삼성전자를 택해도 장기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 장세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배당주 등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이후에 상황이 나아지면 최소한의 수요가 존재하는 '보험적 요소'가 가미된 주식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면서 "그다음에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서면, 이때 비로소 베타(위험과 기대수익률)를 높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부 증권사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타격은 불가피한 만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전날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7만원에서 6만5000원으로 7.1% 하향했고, 한국투자증권도 6만85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6.57% 내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경기둔화가 향후 스마트폰·PC·TV 등 IT 세트 수요감소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돼 2020년 실적을 기존 대비 9.2%, 11.3% 하향 조정했다"면서 "그러나 영업이익의 61.4%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이 올해 2분기부터 서버용 메모리 수요증가에 따른 평균판매가(ASP) 상승으로 전사 실적 개선을 주도하며 1분기에 실적 저점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돼 IT 업종 최선호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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