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안전거리가 기존에 알려진 2미터(m)의 두 배가 넘는 4.5m라고 중국 연구자들이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최소 30분 동안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9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의 정부 역학 연구팀은 춘제 기간 중인 지난 1월22일 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담긴 버스 CCTV 영상을 분석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초기 전파자인 한 버스 승객이 4.5m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승객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몇십 분 후 버스가 완전히 빈 후 탄 승객에게도 전염시킨 것이다.
그간 침방울 속 바이러스는 재채기나 기침으로 최대 약 2m 날아갈 수 있다고 생각되어 왔는데 밀폐된 장소일 경우 다른 요소로 인해 이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4.5m 떨어진 승객에게도 전파 : 영상에 따르면 나중에 바이러스 확진자로 판명된 한 승객은 48인승 장거리 버스에 올라타 뒤쪽에서 두번째 자리에 앉았다.
그는 발병한 후라 증세가 있었지만 당국이 위기 상황임을 선언하기 전이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다른 운전자나 승객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전파자 승객은 4시간 동안 다른 승객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도시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바이러스는 그에게서 7명의 다른 승객으로 옮겨간 상태였다.
전파자 승객이 바이러스를 퍼뜨린 사람들 중엔 비교적 가깝게 앉아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리 6칸, 즉 약 4.5m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두 명의 승객도 포함됐다.
연구자들은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기류는 주로 히터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공기에 의해 움직인다.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바이러스로 가득 찬 침방울을 더 먼 곳으로 운반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그간 공공 장소에서 1m는 떨어져야 안전하다고 해왔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피트(약 1.8m)가 안전거리라고 말해왔다.
◇30분 후 탄 승객도 감염돼 : 목적지에 도착한 후 버스는 비었고 그로부터 30분 후 새로운 승객들이 탔다. 이때 맨 앞줄에 앉은 승객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연구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 승객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승객들이 앞서 남긴 침방울을 흡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감염자의 침방울이 빠르게 땅으로 내려앉기 때문에 코로나19의 공중전파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영상으로 인해 이 가설도 깨진 것이다.
영상에서 마스크를 쓴 승객들은 감염되지 않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베이징의 한 의사는 "바이러스 전파자의 바로 앞에 앉아있던 승객들은 침방울에 가장 많이 노출됐지만 감염되지 않은 게 이상하다"면서 "우리는 아직 이 바이러스에 대해 제한적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