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패닉' 시대의 의인 "임대료 안 받습니다"

입력 2020.03.02 13:30수정 2020.03.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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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패닉' 시대의 의인 "임대료 안 받습니다"
2일 오전 강원 인제군 한 점포에서 군청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인제군 제공) 2020.3.2/뉴스1 © News1 김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임대료를 받지 않겠습니다."

전라북도 전주에서 코딩 학원을 운영하는 이윤희씨(가명·여·38)는 2일 오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건물주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당분간 임대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건물주의 말에 이씨는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지상 4개층 규모의 해당 건물 총 임대료는 월 1150만원이다. 이씨의 건물주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기 전'까지 이를 모두 받지 않기로 했다.

건물 99.2㎡(30평 정도)을 사용하는 이씨는 매달 임대료로 100만원을 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수강 인원이 30%가량 줄어든 상태였다. 이날 오전 수업 참여 인원은 '0명'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달 한 달 치 수입은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었다"며 "임대료에 카드비용까지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했는데 건물주의 배려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사회 곳곳엔 불안감과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이씨의 건물주처럼 성숙한 시민 의식과 배려심으로 사회에 희망을 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씨의 건물주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부끄럽다"면서도 "힘든 시기에 서로 조금씩 돕자고 한 일인데 모두 용기를 잃지 않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코로나19 의료 현장에는 구원의 손길이 닿고 있다. 이날 대한간호협회 등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의 의료 현장 지원을 자원한 간호사 수는 13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 지역은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해 '코로나19 최전선'으로 불린다.

최석진 대구광역시간호사회 회장은 "코로나19는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날 일이 아니라 인력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다행히) 협회로 매일매일 지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각계각층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구 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에는 과일·생수·과자 등 각종 기부 물품이 몰려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힘내시라"는 손편지를 담아 의료진에 마스크를 제공한 미담이 알려져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서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기도 했다.

송인한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우리 사회는 분열과 공동체 회복의 갈림김에 선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부나 의료 지원 등 사회적인 연대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사회를 성숙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회적인 문제는 연대와 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 사회의 연대의식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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