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성은 기자 = '돼지고기 산지 가격은 폭락했다는데 삼겹살 가격은 왜 그대로일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돼지고기 산지 가격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삼겹살 가격은 여전히 '금겹살'에 가깝다.
도·소매 유통과정을 거치며 삼겹살 가격이 단계별로 상승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손에 삼겹살이 들어올 때면 가격이 확 뛰는 탓이다. 최근에는 봄철 수요를 타고 가격이 오를 기미마저 엿보인다.
25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돼지고기 평균 산지가격은 kg당 337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53원)에 비해 5.2% 하락했다.
이러한 돼지고기 산지가격은 영세 농가의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양돈농가의 줄도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육농가마다 다르긴 하지만 영세농의 경우 kg당 생산비는 4200원 수준"이라며 "전체 평균으로 따지면 kg당 생산비 3700원인데 산지가격이 이에 못미쳐 농가들이 손해를 보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 1월 발간한 '2019년 하반기 축산물 유통정보조사 보고서'에서도 지난해 4분기 돼지고기 생산자 가격과 도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3%, 10.7% 하락했다. 소비자 가격 역시 14.8% 떨어졌다.
반면 삼겹살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양상이다. 소비자가 대형마트·정육점에서 구입하는 삼겹살 가격은 산지가격의 5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달 국산 삼겹살 1kg당 가격은 1만6903원이었다. 이후 1월31일 1만5593원 → 2월7일 1만5973원 → 2월14일 1만4476원 → 21일 1만7107원을 기록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감소했지만 삼겹살 가격은 최근들어 되레 오른 셈이다.
앞으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 생산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 연구원은 올해 1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사육 마릿수 감수 영향으로 돼지 도축 마릿수가 전년 같은 기간(173마리)에 비해 9.4~12.2% 적은 152만~157만마리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여기에 봄철을 맞아 수요가 더욱 늘면서 삼겹살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돼지고기 수요가 적지만 날씨가 풀리는 2월에서 3월이 되면 수요가 오르기 시작해 5월이 되면 가격이 제일 비싸진다"며 "특히나 삼겹살의 인기가 많다보니 수요가 줄더라도 가격이 덜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삼겹살의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산지와 소비자 가격이 따로 노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통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소매점이나 정육점들이 앞으로 돼지고기가 많이 팔릴 거라고 예상해 물건을 비축하면서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며 "가격 조절 기능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비축물이 과도하게 많이 쌓인다면 불공정 거래 여부를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