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1대 총선(4월 15일)이 코앞에 닥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우리도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지'라며 군불때기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이를 거론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인 손혜원 무소속 의원 등이 "정치하고 패싸움은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체면 차릴 때가 아님을 지적, 조만간 어떤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 文의 복심 윤건영 "꼼수정치 대응해야"· 손혜원 "정치에 무슨 공자 같은 소리를, 이기고 봐야(라는 말이)"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지었던 손 의원은 문 대통령 국정철학을 뒷받침하기 위해 비판인사들과 설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여권내 대표적 싸움꾼이다. 모두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남다른 인물들이다.
윤 전 상황실장은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미래통합당이)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꼼수 정치를 하고 있다"며 "꼼수는 결국 원칙을 이기지 못하지만 선거에서 민심왜곡 우려가 있는 등 비상한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민주당도 비례위성정당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통합당의 비례정당 출범을 비판했던 손 의원은 지난 23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받은 메시지다"며 그 메시지 내용이 "소나무당인가 하는 비례당 빨리 만들라"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마음을 선배의 글을 통해 투영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어 손 의원은 "(메시지가) 정치에 무슨 도덕성을, 무슨 공자 같은 소리 하고 있냐"라는 것으로 "정치하고 패싸움에서는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며 민주당이 1당을 놓치지 않으려면 '비례정당'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 홍익표 "점검차원서 비례정당 검토…통합당 15석 이상 확보 가능성이"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여권 일각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정당 창당은 굉장히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분들이 (지지자들이 별도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하시겠다고 하면 우리가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면서 "그러나 당이 지원하거나 연계해서 뭘 하거나 이런 가능성은 현재로썬 없다"고 강조했다.
진행자가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해보고 있다' 이런말을 했다"고 하자 홍 대변인은 "전략위는 당연히 우려에 대한 점검을 해야 되고 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여러 차례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적 있었다"며 "최근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봤을 때 위성정당이 20% 이상을 획득할 경우에는 상당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건 사실이다"고 내부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이라고 했다.
홍 대변인은 "(시뮬레이션 결과) 미래한국당이 반칙을 통해서 가져갈 수 있는 의석이 15석 이상이 될 것으로 보여 의석구조에서 매우 불공정한 지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는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는다는) 입장을 변화시킬 이유도, 내부에서 어떤 움직임도 없다"고 말했다.
또 홍 대변인은 4+1 협의체 차원의 비례위성정당 여부에 대해서도 "학계에서나 일부 전문가들이 그런 의견을 제시할 순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정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정당민주주의에 맞는 결정이다"고 압박, 포기를 종용했다.
그 말속에는 통합당이 정당민주주의 질서를 어길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도 담겨 있다. 응분의 대가에는 여권발 비례대표 정당 태동의 빌미를 통합당이 제공했다는 것도 들어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