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저희 아빠의 좋은 뜻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저도 주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만 15세,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이규린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잃었다. 2012년 어느날 새벽 '쿵' 소리를 내며 쓰러진 아버지 고(故) 이현규씨는 뇌사판정을 받았다. 현규씨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지만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구했다.
어린 나이었던 규린양은 아버지의 죽음을 바로 전해듣지 못했다. 규린양은 "어느날 외삼촌이 '아빠를 보러가자'고 해서 갔는데 장례식장에서 영정사진을 마주하고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아빠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규린양에게는 5년, 7년 터울에 어린 동생들이 있었다. 아버지의 부재로 생계를 떠안게 된 어머니를 대신해 규린양은 어린 나이에도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들을 돌봐왔다. 이에 장기기증자 유자녀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D.F장학회(도너패밀리)는 첫 장학금 수여자 명단에 규린양의 이름을 올렸다.
D.F 장학회는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출범식을 진행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013년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 '도너패밀리'를 결성하고 기증인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사업들을 진행해 왔으며 이번 장학회 출범도 기획하게 됐다.
이날 출범식에 이어 진행된 장학증서 수여식에서는 규린양을 포함해 대학생 3명, 고등학생 5명 등 모두 8명에게 장학금이 전달됐다. 장학금을 전달받은 학생들은 생의 마지막까지 타인을 위해 희생한 부모의 뜻을 기려 '서로 도우며 사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최근 5년(2015~2019)간 뇌사 장기기증인 2488명 중 30·40대는 874명으로 약 35%에 달한다"라며 "이는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인 미성년 자녀를 둔 수많은 가장들이 뇌사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