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전통 무예를 가르친다며 수련생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예도장 관장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8일 특수폭행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문모씨(51)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증거은닉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무예도장 관계자 3명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영상 등에 의하면 목검 폭행이 있었던 것은 명백하다"며 "문씨의 주장처럼 폭행의 고의가 없거나 정당행위로 볼 수 없어 유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수폭행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 영상이나 피해자가 작성한 수첩 등에 의하면 문씨가 피해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련생인 피해자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면서 피해자가 핸드폰을 만졌다는 이유로 구타했고, 자신이 시킨 번역 업무를 피해자가 제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목검을 사용해 때려 결국 피해자는 사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죄질이 극히 무겁지만 문씨는 단순한 부인을 넘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면서 수사 초기부터 이 법정까지 반성하지 않는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보석을 허가받아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문씨를 이날 선고로 다시 구속됐다.
증거은닉 혐의를 받는 세 사람에 대해서는 "무예도장 원장 또는 강사로서 피해자의 사망 경위를 밝힐 증거를 은닉하고, 범행 이후에도 진술 내용을 사전에 모의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지속해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범행이 도장 내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문씨의 지시로 이뤄졌거나 문씨에 의해 형성된 절대적인 복종관계 등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문씨는 2018년 9월 수련생인 A씨(32·여)를 목검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 당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무예도장에서는 A씨가 쓰러져 숨을 쉬지 않는다는 119 신고가 들어왔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결국 숨졌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A씨의 몸 곳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수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A씨가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했고, 폭행이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소견을 내놨다.
경찰은 무예도장 내 상습폭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으나 현장 폐쇄회로(CC)TV가 없고, 유의미한 목격자 진술을 얻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후 폭행 정황이 담긴 동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무예도장 내에서 상습 폭행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관계자 3명은 말맞추기를 시도하고, 증거가 될만한 물건들을 치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