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민주당 '임미리 고발장'에 "이쯤되면.."

입력 2020.02.14 09:18수정 2020.02.14 09:27
"민주당만 빼고" 유행어 될 느낌
진중권, 민주당 '임미리 고발장'에 "이쯤되면.."
임미리 교수 페이스북 캡처 © 뉴스1


진중권, 민주당 '임미리 고발장'에 "이쯤되면.."
임미리 교수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1대 총선을 두달가량 남겨 놓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나도 고발하라','민주당만 빼고'라는 악재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부에서 돌출된 악재가 아니라 민주당 스스로 불러들인 것으로 공을 상대편으로 차 내려다 자기편 선수 맞고 들어간 골(자책골)과 같기에 심각성이 더하다.

◇ 민주당,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칼럼 쓴 임미리 교수 고발했다가

민주당은 지난주 이해찬 대표 이름으로 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임 교수는 칼럼에서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줘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며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발끈한 민주당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고발장을 들었다.

◇ 진중권 '나도 고발하라' 외치자 여기저기서 '우리가 임미리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의 자유를 막았다, 비판할 자유도 없는가라며 민주당을 비난하는 소리가 들끓었고 급기야 민주당이 그렇게 싫어하는 '민주당만 빼고'라는 릴레이가 이어지기에 이르렀다.

대중적 호소력이 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쯤되면 막 가자는 것이죠"라며 민주당에 회초리를 든 뒤 "나도 고발하라"고 나섰다. 그러면서 임 교수가 강조한 '민주당만 빼고'를 강조했다.

이를 신호로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88만원 세대’의 공동저자 박권일 사회비평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권경애 변호사 등이 '나도 고발하라', '우리가 임미리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출마를 준비 중인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젊은정당 비전위원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진중권이다"며 민주당 속을 뒤집어 놓았다. 신당 창단작업 중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저도 이렇게 외칩니다, 나도 고발하라"고 민주당 공격에 동참했다.

◇ 나도 고발하라는 '미투', 우리가 임미리다는 '우리가 엡도'와 관련

'나도 고발하라'는 세계를 휩쓸었던 '미투'(나도)와 같은 맥락이다. 동질성, 연대감을 강조하는 강력한 언어로 '미투', '나도 고발하라'는 외치는 순간 강력한 결속력이 생기는 마법을 갖고 있다.

'우리가 임미리다'는 '우리가 엡도다'의 목적어만 바꾼 것이다. 2015년 1월 7일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서 일어났던 테러 이후 폭력을 규탄하고 언론자유를 수호하겠다는 뜻에서 많은 이들이 "우리가 엡도다"를 외친 바 있다.


◇ 이낙연 "고발 취소해 달라"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자 민주당 선거를 총지휘할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13일 민주당 관계자에게 '부적절한 조치로 고발을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고려해 보겠다'는 취지의 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으로선 고발을 취하하자니 모양새도 그렇고 '한치 앞도 내다 보지 못한다'는 비난이, 놔두자니 날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악재이기에 '발을 뺄 타이밍과 명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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