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탈출 전세기 '심야에 1대만 허용' 中 속내는?

입력 2020.02.01 10:00수정 2020.02.01 10:10
집단 철수가 국가 권위에 흠집을 내는 것이라는 우려
우한 교민 탈출 전세기 '심야에 1대만 허용' 中 속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에 대해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31일 오전 중국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고립돼 있는 우리 국민들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0.1.3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고립돼 있는 우리 국민을 철수시키기 위한 정부의 당초 방침은 전세기 2대를 30, 31일에 각각 한편씩 총 4편을 보낸다는 것이었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불허했다.

정부는 지난 26일 중국 측에 교민 철수 의사를 타진했고, 사흘 뒤인 29일 저녁에서야 중국 당국으로부터 우선 1대 운영만 승인할 예정이라고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이어 30일 밤 이륙한 임시 항공편은 당일 오후에 최종 확정을 받았고, 31일도 상황이 같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30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중국 측과의 협의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중국은 미국과 일본에서 다수 임시 항공편 요청이 있어서 1대만 허가를 냈고, (요청을) 순차적으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기 투입에선 다른 국가들도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일본도 지난 28일 전세기 두 편을 보낸다는 계획이었지만 중국의 허가 지연으로 같은 날 밤 전세기 1대만 보낼 수 있었다. 영국은 30일 임시 항공편으로 자국민들 철수시키기로 했지만 중국의 불허로 31일 오전에야 전세기를 띄울 수 있었다.

중국이 다른 국가의 전세기 투입에 비협조적으로 보일 만큼 깐깐하게 대응하는 것은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중국에서 이탈하는 것을 당국이 꺼려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집단 철수가 국가 권위에 흠집을 내는 것은 물론 우한 주민의 입장에서도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에 허탈감과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이 같은 진단에 대해 "그런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냥 무작정 보냈다가 다른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될 경우 비난을 받고 책임 소재를 따지게 되는 상황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세기 투입이 지연되면서 일각에선 중국이 한국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아베 정부의 한 간부는 미국과 일본 전세기 허가가 빨랐다는 것에 대해 "중국이 어떤 나라를 중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아시히신문은 지난 30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우한 사태가 점점 어려워지는데 비해 인력은 모자라면서 생기는 문제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차별 대우할 정신조차 없을 것"이라고 봤다.

전날(31일) 신임장 사본 제출차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방문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취재진과 만나 우한의 한국인 귀국과 관련해 "한국과 열심히 협력해 모든 문제를 잘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기를 동원한 우한 탈출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31일까지 3차례 전세기를 보내 총 565명을 귀국시켰으며 남은 인원을 데려오기 위해 다음 주쯤 4번째 전세기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첫 전세기는 지난 29일 새벽 우한을 이륙했으며, 2차 항공편은 2월3일쯤 투입이 예정돼 있다. 프랑스 전세기는 31일 우한을 떠났으며, 이탈리아 전세기는 이송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독일과 호주, 뉴질랜드 등은 현재 자국민 철수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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