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강제추행을 계속 거절했다는 이유로 노래방 여성도우미를 살해한 3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묻지마 살인'을 적용해서 징역 25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알고 있었던 사이"라며 양형기준을 낮춰 1심보다 형량이 5년 줄었다. 다만 2심은 "강제추행을 거절한 피해자가 어떤 잘못을 하지 않았다"며 양형기준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형두)는 9일 살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이모씨(39)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4월13일 밤 10시25분께 경기 남양주시 금곡동의 한 노래방에서 피해자 A씨(35)의 옆구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이씨는 노래방에서 A씨와 2시간여 동안 노래를 부르면서 "나 오늘 누군가 죽이고 자살할 거야"라고 말한 뒤 강제추행을 시도하다가 A씨가 저항하자 가방에 있던 흉기를 꺼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이를 '묻지마 살인'으로 보고 이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는 같은 살인죄라도 유형별로 양형을 달리 정하고 있다. 1심은 별다른 이유 없이 불특정인을 향한 '묻지마 살인'으로 봐 제3유형인 '비난동기 살인'을 적용했다. 제3유형은 기본이 징역 15~20년, 가중할 경우 징역 18년·무기징역 이상을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2심은 '묻지마 살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 제2유형인 '보통동기 살인'을 적용했다. 제2유형의 경우 기본이 징역 10~16년, 가중될 경우 징역 15년·무기징역 이상을 선고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씨가 피해자를 세 번째 만난 사이라 모르는 사람을 무작정 죽인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를 한 번 찌른 뒤 들어온 노래방 업주에게 칼을 휘두르지 않고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있다가 빼았겼다"며 "이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무작위로 살인을 한다거나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적 살인을 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 "이씨가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려고 했는데 여러 번 거절당하니 자기를 무시한다는 생각으로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찌른 것으로 보여진다"며 "따라서 제2유형인 보통동기 살인이 적용돼야 하는데 1심은 이 부분에서 오류가 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형량을 1심보다 낮추기는 했지만 재판부는 양형기준인 징역 10~16년보다 높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기 몸을 만지려는 것을 거부한 것을 가지고 피해자에게 어떤 잘못이 있거나 범행을 유발했다고 도저히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이 그 정도로 '나를 무시하구나'고 해 갑자기 칼을 꺼내 살인을 했다는 것은 범행 동기로서 참작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