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유새슬 기자,김정근 기자 = "성인 PC방 단속도, 처벌도 쉽지가 않아요."
학생과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PC방에서 50대 종업원이 50대 손님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최근에 벌어졌다. PC방이라는 공간에서 50대 사이에 발생한 이번 살인사건은 이례적인 만큼, 사회적 이목이 쏠려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발생한 PC방은 일반적인 PC방이 아닌 '성인PC방'으로 불리는 곳으로, 경찰이 단속하기 까다로운 불법행위가 벌어지는 곳이다.
성인PC방은 일반PC방과는 달리 겉모습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최근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의 성인PC방 간판에는 'PC방'이라는 상호와 함께 '바둑이, 포커, 맞고' 등의 글씨, 고스톱, 카드 등의 그림이 들어있다. 또 낮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날이 어두워진 뒤에야 영업을 개시했다.
내부도 일반PC방과 다르다. 경찰에 따르면 일반PC방은 60~70대의 컴퓨터가 설치돼 규모가 큰 반면, 성인PC방은 많아야 10대의 컴퓨터로 영업을 한다. 경찰 관계자는 "PC방 업주가 사이트 아이디를 7~8개 갖고 있는데, 그 아이디를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인PC방에 설치된 컴퓨터가 한정된 만큼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들어가면 성인PC방 업주들이 핑계를 대며 안 받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들이 들어와도 돈이 안 되는 걸 알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만 상대한다"고 밝혔다.
30대 남성 박모씨는 "과거 술을 먹고 친구와 함께 호기심에 들어가 봤는데, 안에 있던 업주 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도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더라. 일단 앉아서 해봤는데 4분 만에 5만원을 잃고 나왔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폐쇄적인 성인PC방에서는 어떤 불법적인 일들이 벌어질까.
경찰에 따르면 PC방 업주는 손님에게 돈을 받아 게임머니가 충전된 자신의 아이디로 게임 사이트에 접속 시켜준다. 손님이 돈을 따면 환전을 해주면서 수수료를 떼고, 게임 사이트에서도 일정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수익을 낸다.
이는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상 불법이다.
버젓이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 일선 경찰관은 "성인PC방 신고는 일반적으로 돈을 잃은 사람이 집에 돌아가면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환전하는 순간을 직접적으로 목격하거나,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단속이 어렵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사실 PC방 등록은 구청에서 하기 때문에 경찰이 단속할 수 없다. 자치단체가 허가해 준 것이지 않나. 환전이나, 게임 개변조가 단속대상인데, 정확한 제보가 없으면 힘들다. 손님으로 위장해 단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쉽지 않다" 밝혔다.
어렵게 단속을 해도 처벌은 가벼운 경우가 많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프로그램 개변조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와 영업정지를, 환전은 징역 5년 이하, 벌금 5000만원 이하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 경찰은 "처벌이 가능한 것뿐이지, 실제로는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 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초범이냐 재범이냐, PC방 규모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겠지만 대부분 벌금만 내고 나올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