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스1) 박태성 기자 = 이혼소송 중인 남편이 성적접촉을 시도하자 꼬집어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이형걸 부장판사)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43·여)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쯤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이혼소송 중인 남편 B씨가 자신을 끌어안고 신체 일부를 추행하자 팔을 꼬집어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를 벌금형에 약식기소 했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1심에서 B씨가 끌어안거나 추행해 소극적인 저항수단으로 팔을 꼬집었다며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 무렵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혼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요청하는 입장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기는 했으나 이 사건 이후 이를 취하하기도 해 피고인에게도 이 사건 당시 확정적인 이혼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의 유형력 행사 정도와 내용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신체 접촉을 시도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런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폭행한 것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2심에서도 B씨의 팔을 꼬집은 것은 맞지만, 이혼소송 중 그의 추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당행위였다고 거듭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 외에도 이혼소송 중인 피고인과 성적인 신체접촉을 시도하다가 피고인에게 거부를 당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자도 피고인에 대해 성적인 접촉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 피해자의 팔을 꼬집었을 개연성이 있다"며 "이러한 경우라면 일회성 행위에 그쳤고 유형력의 정도가 경미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의 행위가 소극적 저항수단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혼인한 부부라 해도 각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부부간의 관계에서도 성적 자기결정권은 여전히 보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피고인에게 확정적 이혼 의사가 없었다고 해도 원치 않는 성적인 신체접촉 시도에 저항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