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지율 낮다' 질문에 박원순 대답 "아직.."

입력 2019.12.30 07:15수정 2019.12.30 09:06
그동안 '대'자만 들어가도 직답을 피했었다
'대선 지지율 낮다' 질문에 박원순 대답 "아직.."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대선 지지율 낮다' 질문에 박원순 대답 "아직.."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특설 에어돔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위한 '광장문화포럼'에서 시민, 전문가 200여 명과 토론을 하고 있다. 2019.1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이헌일 기자 = "대통령 선거는 전국적인 인물을 뽑는 거니까. 그 기회가, 그 시간이 아직 안 왔잖아요. 기다려 보시라."

박원순(63) 서울특별시장을 지난 23일 오전 서울시청 6층 시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2020년 신년 인터뷰를 위해서다. '대선 지지율'은 그에게 그리 반갑지 않은 질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대선주자 중에서 박 시장 지지율은 낮은 편이다. 이 질문을 던지자, 박 시장은 웃으며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결이 조금 달라졌다. 종전 대선의 '대'자만 들어가도 직답을 피한 그였지만, 이제 '아직 그 시간이 안 왔다. 기다려 달라'는 답을 내놓은 것이다. '박원순의 대선 시계'가 이미 재깍재깍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넘긴 이후 정국 현안에 대한 박 시장의 최근 목소리도 조금 자주, 조금 왼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부동산 문제가 대표적이다. '종합부동산세율을 현행보다 3배 올려야 한다', '부동산 국민공유제 도입' 등이 바로 그 발언들이다.

올해 초 박 시장은 '경제특별시장'을 자신의 모토로 내걸었다. 한 해를 넘기는 시점에서 아쉬운 점을 물었다.

박 시장은 "중앙 정부가 상대적으로 서울을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 지방을 살리고 지방균형 발전을 해야하는 측면에서 충분히 동의하고 공감하지만, 시가 가진 경제정책의 수단의 한계가 참 많다"라며 "특히 R&D는 서울 중심으로 해야 한다. 인재가 다 모여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더 깊이 신경 써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의 핫이슈였던 새로운 광화문광장에 대해서도 박 시장은 할 말이 많았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올해 이미 광화문광장은 공사가 진행중이었어야 했지만, 내년으로 중단됐다. 대신 사실상 원점에서 광범위한 대화와 토론이 수차례 진행중이다.

박 시장은 "5개 동 현장을 다 돌아다니고, 주민들과 끝장토론도 했고, 시민단체, 전문가 토론도 몇차례 이어졌다. 며칠전엔 여론조사도 하고 시민들과 이틀 간 숙의도 했다"라며 "정말 많은 걸 새롭게 알게 되거나 깨닫게 되거나 영감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박 시장은 토로했다. "주민들이 집회와 시위 때문에 너무 괴롭고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겠다는 것. 또 하나는 시민들이 '공원적 요소'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 또 광장을 전면적인 보행광장으로 바꾸는 걸 압도적 다수가 원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총선 이후 곧바로 착공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 그런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잘 정리해서, 또 한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며 "들은 걸 정리해서 다시 시민들에게 보여드리고 동의를 받고 우리가 확인한 민심, 여론, 합의내용을 잘 확인해서 더 탄탄히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직 필요하고 남아있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토론회 에피소드'도 전했다. 종로구청에서 '끝장토론'할 때 화장실을 가고 싶었지만 버텼다고 했다. 3시간이 지나서야 '화장실 갑시다'라는 말이 나와서 상황이 겨우 정리됐다고 했다.

박 시장은 "숙의 과정도 시민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리를 비우는 사람이 없더라. 거기 합의해내는 과정을 보면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관련해 박 시장은 "시민들의 축제로써 민의와 민심이 제대로 표출되는 과정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현안이 정책으로 선거공약으로 제대로 정리되는 순간이어야 된다"라며 "국회에서 미세먼지특별법, 민식이법이 통과되는 과정을 보면 민심에 너무 둔감한 상태가 된 것 같다. 시민들의 생각과 여론, 고통의 현실에 대해 좀더 절감하고 그런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이 뽑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시장으로서 내년 소망'을 묻는 질문에 박 시장은 "먹고 사는 문제,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그중 하나 꼽으라면 '출발선의 공정'이다. 이게 참 중요하다. 청년 정책이나 신혼부부 주거 제공, 이런 것들이다. 강남,북 격차 해소도 그런 것 중의 하나다. 돌봄, 우리동네키움센터 이런 것들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과 개발 시대의 오랜 기간 누적되고 고착화된 불공정의 질서를 하루 아침에 바꾸긴 힘들 것. 그러나 누군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시대의 과제"라며 "서울시에서부터 공정한 출발선에 대한 투자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 그 가능성을 증명하고 공정시대로 향하는 새로운 변화의 마중물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박 시장은 '정부 규제 반대 급부'로써 그린벨트를 푼다거나 용산과 여의도 개발 가속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시장은 "주택시장이 안정화 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보류하겠다는 입장도 변함이 없다"라며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주택시장 안정화가 먼저다.
문재인 정부와 적극 협력해 부동산 시장을 최대한 안정화 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수주전 과열로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행정 조치를 받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한남3구역의 한남뉴타운 개발과 관련, 박 시장은 "앞으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 결정이 내려지면 재입찰 공고 등 절차를 거쳐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 관리처분계획수립 등 다시 정상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잠실5단지·은마아파트' 등 사업이 멈춰서 있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과 관련해 박 시장은 "아직 정비계획수립 등 사업초기단계이기도 하고, 서울 전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단지들"이라며 "서울시 주택 정책의 큰 원칙과 방향, 모니터링 경과 등을 고려해 추진시기를 신중히 검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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