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번호판 세탁' 꼼수 영업.. 다시 불매 움직임으로 이어져

입력 2019.12.18 06:30수정 2019.12.18 09:26
끝나지 않은 불매운동..안사요 안가요
일본차 '번호판 세탁' 꼼수 영업.. 다시 불매 움직임으로 이어져
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도시공사 번호판제작소에서 관계자들이 신규 자동차 번호판을 검수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1일부터 앞자리가 3자리(기존 2자리)인 신규 번호판 도입을 시행키로 했다. 2019.8.2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일본차 '번호판 세탁' 꼼수 영업.. 다시 불매 움직임으로 이어져
8자리 새 번호판 차주 교통위반 신고 관련 내용.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뉴스1


일본차 '번호판 세탁' 꼼수 영업.. 다시 불매 움직임으로 이어져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 조치에 따라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24일 서울 강서구청 사거리 전광판에 일본제품 불매운동 광고가 나오고 있다. 이 광고에는 "(일본 여행) 안 가요", "(일본 제품) 안 사요", "(일본산 음식) 안 먹어요", "(일본 제품) 안 팔아요" 등의 문구가 등장한다. 2019.7.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김상훈 기자 = 최근 일본차 업체들이 지난 9월에 바뀐 세 자릿수 번호판이 아닌 두 자릿수 번호판을 등록해줘 꼼수 영업 논란이 일고 있다. 바뀐 번호판 시스템에 따라 새 번호판을 단 일본차의 경우 불매운동 이후 차를 구매했다는 표식으로 인식돼 일본차 구매자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번호판을 기존 체계로 바꿔 단 것이다.

이를 두고 국토교통부는 실제 차량의 번호판 규격과 다른 번호판을 부착한 건 고시 위반이라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일본차 제조사측은 딜러사 개별 영업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꼼수 영업 논란에 잠시 사그라들었던 일본차 불매 움직임이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자동차 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일부 일본차 브랜드들은 최근 일본 차량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세 자릿수 번호판이 아닌 두 자릿수 번호판을 등록할 수 있게 영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9월부터 새로 등록한 차량의 번호판은 기존 '2자리 숫자+한글+4자리 숫자' 등 7자리 번호 체계에서 '3자리 숫자+한글+4자리 숫자'의 8자리 번호 체계를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9월 이후 신차를 구매할 경우 8자리 번호판을 달아야 함에도 일본차 업체들은 기존 7자리 번호판을 달도록 영업한 것이다.

새 차의 번호판을 받기 위해선 자동차업체가 발급하는 '자동차 제작증'을 지자체에 제출한다. 이 때 차량의 '번호판 규격'과 달리 '긴 번호판' 크기가 아닌 '짧은 번호판' 규격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두 자릿수 '짧은 번호판'을 받은 뒤 자동차검사소에서 두 자릿수 번호에 크기만 '긴 번호판'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두 자릿수 번호판을 받은 일본차들은 15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9월부터 8자리 번호체계로 바뀌었지만 예외사항으로 전기차를 비롯한 기존 '짧은 번호판'은 두 자릿수 번호가 적용된다"며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긴 번호판을 달게 설계가 돼 있음에도 짧은 번호판으로 허위 발급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영업방식은 일본 불매운동 기간 중 일본차를 산 구매자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새 번호판이 불매운동 이후 차를 구매했다는 표식으로 인식돼 일본차 구매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새 번호판 제도가 적용될 당시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8자리 번호판을 단 일본차 목격담과 함께 불매운동 이후 차를 구입했다는 취지의 비난 글들이 다수 올라온 바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영업 방식을 고시 위반에 해당된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번호판 신청을 받는 지자체에 차량 규격을 직접 확인하도록 공문을 보내고, 일본차 제작사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도 제작증에 허위정보를 기재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요청했다. 또 문제가 되는 차주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차 업체들에게는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딜러사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며, 해당 사안 관련 처벌규정 또한 없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꼼수 영업이 드러난 한 일본차 업체측도 "해당 사실을 몰랐다"며 "향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차 업체들은 연말로 접어들면서 대대적인 할인 판매 속에 최근 판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KAIDA에 따르면, 11월 토요타·렉서스·혼다·닛산·인피니티 등 일본계 5개 브랜드 판매량은 2357대로 전달 대비 19.2% 증가했다.


일각에선 꼼수 영업 논란에 잠시 사그라들었던 일본차 불매 움직임이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꼼수 영업이 드러남에 따라 일본차에 대한 인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불매 여파를 의식하지 않고 필요에 의해 사려고 했던 구매자들의 구매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매 이후 판매량이 소폭 늘어난 이면에 이 같은 꼼수 영업 방식이 뒷받침됐다고 생각하면 기존보다 일본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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