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현철 기자 =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자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인선되면서 이 총리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총리의 자리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신속한 현안 대처에 높은 평가를 받아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이회창·고건·이수성·황교안 등 총리 출신의 유력 대선 주자가 많았지만 모두 총리직을 떠난 뒤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후 2시30분 청와대 프레스룸인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이 총리의 후임에 정 의장을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님이 내각을 떠나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후임 총리가 인선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내년 총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총·대선 출마설에 대해 줄곧 "저도 정부·여당에 속한 일원으로 거기서 뭔가 일을 시키면 합당한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 총리는 이미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민주당 개혁성향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와 비공개 회동을 이어가는 등 비문 인사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왔다.
여권으로서는 최근 안희정·이재명·김경수·조국 등 잠룡들이 악재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각종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 총리를 어떻게든 총선에 활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최근까지도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유임설까지 나돌았지만 결국 여의도의 강한 요구에 내년 총선에 민주당 구원투수로 나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 총리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함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고 정 후보자의 지역구인 종로에 나서 중량감을 키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후보자가 지역구인 종로를 꽉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비교적 잠잠했을 뿐, 무주공산이 된 종로는 앞으로 대권주자급들이 총선에 나서기 위해 치열하게 눈치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종로가 가지는 상징성은 크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종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대통령이 됐다.
이에 야권 대선주자 1위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설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는 두 잠룡이 대선 전초전을 벌이는 그림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 총리가 총선에서 큰 역할을 수행할 경우 자연스레 대권을 향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리 출신 상당수가 대권 주자로 거론됐지만 실제로 목표를 이룬 사람이 없다는 것은 넘어야 할 산이다. 그만큼 그동안 총리 이력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애매한 위상에 그쳐왔다.
또 당내에서 이 총리의 세력이 없다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이 총리는 최근 자기 사람들을 내년 총선에서 당선시키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