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부당 행정 제보에 "구글지도로 확인했다" 종결?

입력 2019.12.16 08:00수정 2019.12.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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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부당 행정 제보에 "구글지도로 확인했다" 종결?
지난 2017년 5월 강원도 양양 광진지구에서 진행됐던 해안옹벽, 도로 보강공사 현장. 적색선이 공유지. (독제 제공) © News1

(양양=뉴스1) 고재교 기자 =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의 부당한 행정 행위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제보를 두 차례나 받고도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종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민원인 A씨는 지난 2017년 강원 양양군이 실시한 해안옹벽 및 도로 아스콘포장 공사가 절차상 위법하다는 내용을 감사원에 제보했다. 해당 공사 지역에는 공유지(양양군을 포함한 4명 공동 소유)와 사유지가 포함돼 있어 토지주의 사전 동의가 필수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공유물의 처분을 규정한 민법 제264조에는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공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월 감사원에 제보했지만 감사원은 객관적인 사실 관계 확인 없이 "해당 필지(공유지)에 옹벽공사를 한 사실이 없다"는 양양군의 설명을 들은 뒤 "구글로 지번을 확인했다"며 종결처리 했다.

감사원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A씨는 7개월 뒤인 지난 9월 국민신문고를 통한 양양군 답변, 공사 현장 사진 등 근거 자료를 보강해 두 번째 감사 요청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담당 감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동네에 옹벽공사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가 주장하는 해당 필지에 옹벽공사를 한 게 아니라 그 옆에 실시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해서 회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옹벽 공사 장소 문제가 아니라, 이 공사는 서류미비로 원천적으로 허가될 수 없었다"며 "그럼에도 위법하게 발주와 시공이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공유지와 사유지에 대한 토목공사와 무단포장 행위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원이 구글지도를 보고 사실 관계를 판단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모든 가능성을 배제한 채 조사 대상인 양양군이 일방적으로 제공한 정보를 신뢰한다는 것을 전제로 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스1 취재 결과 감사원의 '위법한 사항이 없다'는 해명과 달리 해당 공사의 인허가 절차나 진행 과정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

양양군은 지난 2015년 11월 '광진지구 해안옹벽 및 도로 보강공사' 계획을 세운 뒤 다음해인 2016년 11월 공사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해당 사업은 광진리 234-5번지(국유지)에 대한 해안옹벽공사와 234-1번지(민원인 공유지)의 도로포장공사였다.

양양군이 처음부터 공유지가 포함된 공사계획을 세워놓고도 정작 당사자에게는 사전 동의를 받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인근 지자체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공사 설계과정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토지 소유권인데,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사업 허가 자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토목 공사나 도로 포장같이 관급 공사의 경우 대상 지역에 사유지나 공유지가 있다면 허가과정에서 반드시 소유자들의 동의서가 들어와야 한다. 공무원이 그 절차를 무시했다는 게 잘 이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허가 과정 뿐 아니라 공사 진행과정에서도 양양군의 무리한 행정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감사원은 종결 이유에 대해 "해상옹벽공사는 국유지인 234-5번지에 했기 때문에 민원인의 공유지와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양양군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근거로 확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안옹벽이 들어설 국유지 234-5번지는 현황상 해상이어서, 이 국유지와 맞닿아있는 민원인의 공유지를 배제하고는 공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진행된 해안옹벽공사에서도 민원인의 공유지는 터파기 등 토목공사에 포함됐다.

공사 지역에 포함되지 않아서 위법한 내용이 없다는 감사원의 설명과는 배치된다.

A씨는 "감사원 말대로라면 해안옹벽을 만들어 공중에서 떨어뜨려야 하고 옹벽기초를 위한 터파기 공사도 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감사원이 양양군의 말만 듣고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양양군이 처음부터 의도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A씨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것.

해당 공유지에 대한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뒤 A씨의 수차례 질문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발뺌하던 양양군은 A씨가 기록을 남기기 위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질문하자 그제야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당사자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논란이 되자 공사를 중단하며 주춤했던 양양군은 몇 개월 뒤, '법률자문을 받아 문제가 없다'며 민원인의 공유지는 물론 당초 공사 계획에도 없는 사유지에 대해서도 불법으로 포장공사를 강행했다.


이 시기는 양양군이 뒤늦게 공유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원인을 상대로 '공유물 분할 소송'을 제기해 재판기일이 진행되던 때다. 공유지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소송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만 양양군은 이 또한 무시했다.

이러한 양양군의 무리한 행정으로 결국 A씨는 공유지 분할 소송에서는 포장된 도로를 지분으로 받았고, 또 무단 포장된 사유지에 대해서는 변호사를 선임해 토지 반환 소송을 하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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