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5조원 매각, 돈방석에 앉은 사람은 김봉진 아닌..

입력 2019.12.16 06:52수정 2019.12.16 15:32
美·中 대형 투자사.. 4조원 '잭팟'
배민 5조원 매각, 돈방석에 앉은 사람은 김봉진 아닌..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4조7500억원이라는 거액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매각되며 국내 인터넷 스타트업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번 딜은 국내 인터넷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벤처업계에선 "우아한형제들을 시작으로 배달앱 시장이 열렸다"는 긍정적인 평가 외에도 자영업자의 광고수수료로 성장 기반을 마련한 우아한형제들이 결과적으로 해외 기업에 팔려 그간 '돈줄' 역할을 한 외국계 투자사(VC)만 4조원에 달하는 '돈방석'에 앉게 됐다는 부정론도 만만찮다.

◇잭팟 주인공은 김봉진 아닌 美·中 대형 투자사?…4조원 '잭팟'

이번 '빅딜'을 통해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가 4조7500억원으로 책정되면서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주요 주주 모두 '잭팟'을 터트렸다.

눈길을 끄는 점은 김봉진 대표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모기업이 될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지분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딜러버리히어로는 독일 상장사다.

김봉진 대표 입장에서는 5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 인정에도 당장 '돈다발'을 안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대신 딜리버리히어로의 경영진으로 합류하고 최대 개인주주 위치에 오르게 된다. 딜러버리히어로가 그만큼 김봉진 대표의 경영능력을 높이 샀다는 방증이다.

김 대표도 단순히 지분을 모두 털고 '엑시트'(매각)한 것이 아니라 모회사 지분으로 맞바꿔 계속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분을 단순 환산할 경우, 김 대표를 비롯한 국내 경영진 지분 가치는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딜로 돈방석에 앉게 된 곳은 김 대표가 아닌 해외 기관투자사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 4조원 규모다. 그중 지난 2010년 우아한형제들 창업 후 줄곧 투자금을 대왔던 곳은 대부분 해외 기관투자사다.

이처럼 해외 기관투자사들의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김 대표가 창업 후, 지금까지 줄곧 대규모 투자는 해외에서 받아온 탓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창업 이후, IMM인베스트먼트와 본엔젤스 등 국내 기관투자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리를 잡아갔다. 지난 2011년 7월 시드투자를 시작으로 약 3년간 시리즈 A·C에 해당하는 투자를 받았고 2014년 2월까지 누적투자액은 약 2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러나 폭발적인 성장세는 2014년 11월 골드만삭스가 4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금을 집행한 이후였다. 이를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50%대까지 끌어올린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기사를 직접고용하는 배민라이더스와 신선식품 배달서비스 배민프래쉬 등 신사업에 진출하며 배달시장의 영역을 확대해갔다.

그리고 2016년 4월 힐하우스캐피탈로부터의 570억원 투자유치, 지난해 12월 미국 세쿼이아캐피탈과 힐하우스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4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사실상 외국계 투자자본에 지분 상당수를 넘기게 된다. 실제 현재 우아한형제들의 1대주주는 미국계 힐하우스캐피탈이며, 같은 미국계인 알토스벤처스와 골드만삭스, 중국계인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토종 벤처기업이지만 사실상 국내 자본은 20%가 채 되지 않는 것이다. 일부 국내 투자사를 제외하면 4조원 규모에 달하는 지분 87%의 현금화로 배를 불리는 곳은 미국, 중국계 투자사라는 뜻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교적 초기에 투자한 알토스와 골드만삭스가 1조원에 달하는 거액의 엑시트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며, 지분이 상당했던 세쿼이아캐피탈과 힐하우스캐피탈도 적잖은 목돈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수수료로 큰 배민의 배신…온라인쇼핑 이어 배달앱도 해외자본 천하

국내 스타트업 사상 최대 규모의 매각이 성사됐지만 우아한형제들 매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인터넷 기술기업을 표방했지만 우아한형제들이 연간 벌어들이는 매출 3000억원 중 대부분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매출인 탓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들어 신선식품과 공산품 배달, 로봇 등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배달의민족 앱내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에선 1~3위 사업자가 같은 회사가 되면서 자연스레 경쟁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승재 한국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가뜩이나 독과점 체제로 운영되던 배달시장이 이제 완전 독점체제가 되면서 도저히 경쟁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 역시 "배달수수료 인하는 결국 플랫폼사업자의 경쟁을 통해 이뤄지는데, 한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이 결국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인천에서 제과업에 종사하는 한 자영업자는 "두개 업체의 앱을 모두 사용해왔는데, 하나의 사업자가 되면서 할인이벤트 등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의 피땀으로 성장한 배달의민족이 해외투자사에 목돈을 안겨주고 떠났다는 점에서 좋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 역시 "이번 매각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업계 모두 외국자본으로 형성됐다"며 우려를 보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11번가를 제외하고 쿠팡과 옥션, 지마켓에 이어 국내 1~3위 배달앱 모두 해외자본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벤처캐피탈도 속속 1000억원대 이상의 대형 펀드를 결성하고 있지만 대부분 모험자본 투자에 소극적인 분위기"라며 "유니콘 기업은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자본의 성장도 함께 가줘야 진정한 벤처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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