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집을 나가 실종된 지 33년 만에 정신병원에서 발견된 장애인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송인우 부장판사는 정신장애 2급 홍정인(60·여)씨가 국가와 부산 해운대구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홍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위법행위로 가족을 찾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가족들과의 연락이 단절된 채 요양원·병원에 있던 홍씨가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은 분명하다"며 "홍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경찰은 전산입력·수배 의무를, 해운대구는 신원확인 의무를, 국가는 지문조회 관련 의무를 각각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가 등의 책임은 20%로 제한했다. 홍씨 가족이 가출·실종신고를 하지 않아 전산입력·수배 절차를 거쳤더라도 신원확인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홍씨가 자신의 이름을 김모씨로 말하고 주민등록번호 등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점 등이 고려됐다.
홍씨는 1980년 1월 직장을 구하겠다며 집을 나가 같은해 3월 광주에서 친언니에게 전화한 이후 소식이 끊겼다.
홍씨는 2년 뒤인 1982년 6월 부산진역에서 경찰에 발견돼 구청 공무원에게 인계됐다.
30년도 더 지난 2013년 12월 부산해운대경찰서가 지문조회로 홍씨 신원을 확인했고, 홍씨는 언니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간 가족들은 홍씨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무렵 사망했다고 생각해 홍씨에 대해 실종신고나 유전자등록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