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캐피털사에서 15%대 금리로 300만원의 대출을 받은 김모씨는 추가 대출이 필요했다. 이곳저곳 온라인 대출 카페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A저축은행 장모 대리를 알게 됐다. 연 5% 금리로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흔들린 김씨는 대출신청을 위해 설치하라는 앱을 다운받은 직후 상황이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이 앱은 이른바 '전화가로채기'라는 휴대폰 해킹 앱이었다. 김씨가 뒤늦게 알았을 때는 이미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뿐 아니라 계좌에서 300만원이 빠져나간 뒤였다.
저축은행을 사칭한 스미싱(Smishing·SMS와 Phishing의 합성어)이 활개치고 있다. 저축은행 고객들 중 상당수가 시중은행을 찾는 고객들에 비해 대출이 절박한 경우가 많아 유혹에 쉽게 흔들린다는 점을 노린 범죄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저축은행은 최근 자행 대출 모집 법인을 사칭한 스미싱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 방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사칭 연락처 6개와 카카오톡 ID 등을 공개했다.
최근 신한저축은행은 모니터링을 통해 '신한저축 수탁법인 쏠 플러스'라는 카카오톡 사칭 페이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카카오톡에서 '신한저축'을 검색하면 공식 페이지와 함께 신한 로고와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이 페이지가 표시됐다. 신한저축은행과 어떠한 수탁 계약을 맺지 않은 사칭 페이지였다.
이 페이지에선 연 4.0~5.5% 금리로 최소 5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고 소득 증빙이 어려운 무직자, 학생, 주부도 신청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가짜 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대출 진행을 위해 선입금을 요구하는 사기 업체다.
신한저축은행은 "콜센터를 통해 사칭 관련 고객 문의가 최근 늘어나 소비자 주의 차원에서 공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사칭은 새로운 일이 아닐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SBI저축은행·OK저축은행의 공식 홈페이지를 유사하게 베낀 사례도 있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인을 사칭해 대출사기를 하는 경우가 빈번해 분쟁조정까지 들어간 상황"이라며 "주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해 주겠다고 접근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금융공기업 서민금융진흥원도 수십여곳에 달하는 사칭 페이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탐지된 스미싱 건수는 17만6200건으로 전년동기 14만5093건 대비 21.5%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전화가로채기 앱을 설치하면 전화를 해도 사기범에게 연결되니 출처가 불분명한 앱은 설치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