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윤지현 인턴기자 =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이 공개테스트 첫날부터 위험천만한 오류를 범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전문 ICT 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전정신'은 돋보이지만 인간의 노동을 줄여주는 자율주행 로봇의 상용화는 여전히 갈길이 멀어보였다.
26일 우아한형제들은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의 공개테스트 시연행사를 진행했다.
최대 시속 5.5km/h로 주행하는 딜리는 카메라와 센서가 탑재돼 스스로 장애물을 판단하고 피하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올초 업무제휴를 맺은 건국대학교와 손잡고 12월까지 딜리의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총 5대가 김밥천국과 커피숍 등 일부 상점과 제휴를 통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기자가 지정된 장소에서 배달의민족 앱으로 배달로봇 QR코드를 클릭하자, 커피숍을 통해 아메리카노를 구입했다. 5분여가 지나 커피숍 직원이 배달로봇을 열어 커피를 넣자, 딜리는 약 400m 떨어진 주문지로 달리기 시작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건국대학교 내 총 9곳의 정류장을 두고 QR코드로 표지판을 만들어뒀다.
문제는 달리던 딜리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자 뒤로 물러서는 듯하다 결국 오류를 냈다.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자, 다시 달리기 시작했지만 주문지에 도착해선 알림문자를 보내지 않아 커피를 꺼낼 수 없었다. 결국 도우미가 와서 로봇을 열어 커피를 꺼내줬다.
이보다 심각한 오류는 도우미가 딜리를 열어 커피를 꺼내주고 나서 발생했다. 다시 커피숍으로 돌아가던 딜리는 갑자기 굉음을 내며 달리다 방지턱과 정면충돌했다. 30kg의 육중한 무게의 딜리가 자칫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배민 관계자는 "아직 테스트 기간인 탓에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오퍼레이터'라는 도우미가 상시 로봇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어, 안전문제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현대해상을 통해 운영보험도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배민은 이번 테스트 기간 여러 오류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로봇을 고도화해 실내외를 막론하고 배달로봇의 대중화를 열겠다는 각오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주문자에게 매일 3000원 할인 쿠폰도 제공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자율주행 로봇 공개테스트를 통해 많은 경험을 축적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가을 캠퍼스 로봇배달을 앞두고 6주간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배민 관계자는 "건국대 외에도 UCLA 대학 등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실내외 운영 로봇 고도화를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향후 서비스가 확대되면 이용자는 더 편리한 배달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음식점은 로봇 배달을 통한 추가 매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