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새벽 4시에 잠든 조명팀의 막내 정승진(가명)씨는 2시간 뒤 기상했다. 아침 8시 버스에 오르기 전, 전날 밤 충전시켜 놓은 장비들을 챙기는 것은 막내의 몫이다. 오늘 촬영은 여의도, 신길, 강남, 대학로 4군데에서 진행된다. 촬영장을 이동하며 장비를 세팅하고 철수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날 촬영은 새벽 2시를 넘겨 마쳤다. 숙소로 돌아와 버스에서 장비를 꺼내 정리하고, 충전을 마친 정씨는 새벽 3시를 넘겨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tvN 드라마 ‘아스달연대기’의 방송 스태프들은 해외 촬영 도중 일주일 동안 최장 151시간 30분을 연속으로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4월 10일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을 근로기준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김원석 아스달연대기 PD는 "현장에서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었다. 책임을 느끼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사과했다.
홍승범 한빛센터 사무차장은 “2018년 5월부터 방송 스태프들로부터 들어온 약 250건에 달하는 민원을 받았다. 대부분 장시간 근로에 대한 제보였다”라며 “현재 방송 스태프들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약 16시간이다. 이는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문제.. "방송일에 당일 분량 촬영했던 사례도 있어"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고쳐지지 않는 장시간 근로의 원인으로 현재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지적했다.
현재 TV에서 방송되는 드라마의 대부분은 외주 제작을 통해 만들어진다. 제작사에서 준비한 드라마 대본을 방송국에 제출하면 방송국에서 이를 심의해 편성하는 식이다.
김 지부장은 “16부작 드라마를 제작할 경우 4화 분량의 대본만 제출해도 드라마를 편성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수시로 수정하는 가대본”이라며 “최소한 8화 분량만이라도 사전에 준비가 된다면 지금처럼 쪽대본을 수정하며 일정에 쫓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외국의 경우에는 최소한 50%를 미리 찍고 드라마 방영을 시작하지만 우리나라는 방송 날에도 당일 분량을 촬영했던 일도 있었다”라며 "최근 모 드라마에서 편집되지 않은 장면이 그대로 나간 것도 이와 같은 사례"라고 주장했다.
■ "현재 하루 16시간 근로... 12시간 일하면 12시간 쉬는 것이 목표"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방송스태프노조∙언론노조∙지상파 3사∙드라마제작사협회로 구성된 4자 협의체가 올초 출범했다. 협의체는 지난 6월 18일 방송 스태프들의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에 합의했으며 현재 후속안 등을 논의 중이다.
김 지부장은 “근로 시간과 임금 등이 가장 쟁점”이라며 “현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하루 16시간 근로는 제작사의 기준이다. 노조는 12시간 일하면 12시간 쉴 수 있는 현장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세한 사안은 외부에 노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다만 올해 안에 협의체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방송환경 개선을 위한 TF’가 구성됐을 당시에도 제작사, 스태프 등은 모였지만 정작 방송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끝으로 그는 "4자 협의체를 처음 구성할 당시에도 정부를 포함한 5자 협의체 이야기가 나왔지만 불발됐다. 정부 차원에서 방송사를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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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