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투쟁 기간 중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조를 편성, 일직과 밤샘 근무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이 21일 입수한 '단식 투쟁 천막 근무자 배정표'를 보면 황 대표가 단식을 선언한 20일부터 28일까지 9일간 주간·야간으로 당직자를 각각 4명씩 배정했다.
배정표에 따르면 일직은 오전 8시부터 밤 8시까지, 밤샘 근무는 밤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다. 특히 배정표 하단에는 '당대표님 지시사항임'이라고도 명시돼 있다.
한국당은 근무자 수칙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자는 Δ30분마다 대표 건강상태 체크 Δ거동수상자 접근 제어 Δ대표 기상 시간(03:30)대 근무 철저 Δ취침 방해 안 되도록 소음제어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미 근무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황 대표가 당직자들에게 일직, 밤샘 근무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지자 여야는 황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웰빙 단식에 이어 황제 단식, 갑질 단식을 선보이고 있다"며 "당직자들을 황제 단식에 동원하고 있다고 하는데 갑질 단식"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단식을 하면서 이렇게 폐를 끼치는 건 처음 본다. 국민에, 정치권과 자기 당에, 하위 당직자에게 폐 끼치는 단식을 뭐하러 하는가"라며 "이렇게 단식하면 동정 효과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30분마다 건강 체크, 소음 제어까지 신경 쓰는, 철통 보안 속 '의전 단식'에 단식의 진정성은 없고 '의전왕'의 행태만 있다"며 "단식을 빙자한 '의전 쇼'는 멈추고, 제1 야당 대표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황 대표에 대한 하늘 높은 의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렇게 대접 받으면서 투쟁을 해도 되겠는가"라며 "이러다 곧 대리 단식, 블루투스 단식까지 가겠다"고 했다.
반면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그것이 문제가 되는가. 그런 것을 이상하게 보는 건가"라며 "(당직자는) 직원인데 물이라도 갖다 드리고 비상상황에 대비해 한두 명 대기하는 것인데 그게 왜 논란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도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해식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이 대변인은 정당 정치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기를 바란다"며 "이 대변인이 단식하게 됐을 때 민주당 당직자들은 칼퇴근한 후 TV드라마나 보라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사무처 당직자가 밤샘 근무를 서며 비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며 "사무처 당직자 일동은 당 대표의 단식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강력하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가 단식을 발표하기 전날인 19일 서울의 한 의원에서 영양제를 맞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단식을 해야 할 국가적 위기이고, (황 대표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아 맞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며 "그걸 황제 단식이라 하는 것에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