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고유정 변호인이 의붓아들 살인사건 첫 재판에서 재판부에 혼쭐이 났다.
전날인 18일 전 남편 살인사건 7차공판도 준비 미흡으로 결심을 연기했으면서 공판준비기일에 증거인부(검찰이 제시한 증거 인정 여부를 피고인이 확인하는 절차)조차 제대로 준비 안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판 일정을 최대한 늦추려는 전략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9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린 의붓아들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고유정 변호인은 직접 증거가 전혀 없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 일정과 쟁점 등을 정리하기 위해 재판부가 증거인부를 요구하자 변호인은 준비를 못했다고 답했다.
전날 고유정측의 준비 미비로 예정된 결심공판까지 이례적으로 연기한 재판부는 결국 폭발했다.
제2형사부 정봉기 부장판사는 "어제도 준비가 안됐고 오늘도 안됐고 재판 준비가 이렇게 안돼있으면 (피고인이 요구한 전 남편살인사건과의)병합을 할 수 있겠느냐"고 소리쳤다.
변호인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자 "죄송하다고 될일이 아니다"며 "둘 중에 한 재판은 준비가 돼있어야 하는데 답답하다. (무죄)입증계획을 알아야 재판 계획을 세울 것 아니냐"고 따졌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증거인부를 확인할 시간을 주겠다며 20분간 휴정하기도 했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을 정리하는 자리여서 고유정은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 3월1일 오후 9시에서 10시사이 현 남편 홍모씨(36)가 아들 홍군(5)을 씻기는 동안 지난해 11월1일 구입해 보관해온 수면제를 가루로 만들어 남편이 마실 찻잔에 넣었다.
고유정은 남편에게 차를 마시게 해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3월2일 오전 4~6시 홍씨와 홍군이 함께있는 방에 들어가 홍씨가 잠에 든 것을 확인하고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자고 있는 홍군에게 다가가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해 뒤통수를 10분간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
의붓아들 살인사건은 여러 정황증거만 있을뿐 '스모킹건(사건 해결의 결정적 증거)'이 없는 상황이어서 법정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판부는 의붓아들 사건과 전 남편 살인사건 병합 여부는 주요 쟁점과 재판 소요시간, 유족 입장 등을 고려해 조속한 시간 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