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전 남편 살인 혐의에 이어 의붓아들 살인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4개월간 치밀하게 계획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뉴스1제주본부가 입수한 검찰의 의붓아들 살인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고유정이 의붓아들 홍모군(5)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 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한 시기를 지난해 10월말에서 11월초로 보고 있다.
◇고유정 유산 후 공격적 "너한테 더한 고통주고 떠나겠다"
고유정은 지난해 10월 중순 현 남편 홍모씨(37)와 사이에서 임신한 아이를 유산하면서 둘은 자주 다투게 된다.
현 남편과 살던 청주집에서 고향인 제주도로 가출한 고유정은 같은해 10월23일 홍씨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홍군으로 변경한 것을 보고 흥분한다.
고유정은 "니 맘대로 해봐라. 그 이상 너 모든 걸 다 무너뜨려줄테니까" 등 공격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홍씨에게 보낸다.
"아주 사람 하나 미친년 만든 결과가 어떤건지 끝을 보여줄게, 난 너한테 더한 고통주고 떠날거니까" 등 범행을 암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처럼 현 남편이 전 남편과 사이에서 태어난 친아들과 유산한 자신을 홀대하고 있다고 여긴 고유정은 홍씨에게 복수할 마음을 먹는다.
◇지난해 11월 수면유도제 처방…잠버릇 지적
이때부터 고유정은 범행을 준비한다.
2018년 11월1일 제주시 한 병원에서 불면증이 있다며 독세핀 성분이 들어간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구입한다.
한편으로는 남편 홍씨에게 이상한 잠버릇이 있다고 지적한다.
고유정은 11월4일 홍씨에게 "당신 지난번에도 그랬는데 어제도 새벽에 잠꼬대 하더라고...어제는 새벽에 물마시다 보니까 당신이 뭔가 '쿵'하는 소리나서 침대에서 떨어졌나 보고"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다.
또 "나 옆에서 잘 때 몸으로 누른다고 해야 되나? 나도 잠결이라 뭔가 막 힘에 눌리는 기분에 잠 깼는데..."처럼 홍씨가 자다가 아들을 실수로 숨지게 한 것처럼 보이게끔 꾸미려는 포석을 깐다.
고유정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홍군 사망사고는 전 남편 살인사건 이전이어서 고유정은 수사망을 피해갔다. 오히려 경찰은 홍씨의 과실치사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다.
잠버릇을 언급한 날부터 같은달 9일까지 고유정은 제주에 살고 있는 의붓아들 홍군을 청주에 데려올 것을 꾸준히 요구한다.
검찰은 홍씨가 어린이집 문제 등을 이유로 아들을 2019년 2월에 데리고 오겠다고 해 살해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 2월 다시 한번 아이를 유산한 고유정은 휴대전화 메모장에 현 남편 홍씨를 살인자, 쓰레기라고 지칭하며 강한 적개심을 드러낸다. 고유정이 범행을 재결심한 것이다.
3월1일 오후 8~9시 청주집에서 고유정, 홍씨, 의붓아들 셋이 함께 저녁식사로 카레, 국, 밥 등을 조리해 먹는다.
고유정은 오후 9시에서 10시사이 홍씨가 아들을 씻기는 동안 지난해 11월1일 구입해 보관해온 수면제를 가루로 만들어 남편이 마실 찻잔에 넣는다.
이후 남편에게 차를 마시게 해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3월2일 오전 4~6시 홍씨와 홍군이 함께있는 방에 들어간다.
고유정은 홍씨가 깊은 잠에 든 것을 확인하고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자고 있는 홍군에게 다가가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해 뒤통수를 10분간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한편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201호 법정에서 의붓아들 살인사건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주요 쟁점 등을 정리한 후 전 남편 살인사건과의 병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고유정측은 의붓아들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