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50년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삼성전자에 처음으로 상급단체에 가입한 노동조합이 들어섰다.
노조는 앞으로 급여·PS(초과성과인센티브) 산정 기준 투명화와 '불통' 기업문화 개선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삼성전자에는 지난해 소규모 3개 노조가 설립됐지만 모두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았고, 사실상 노조 활동도 없었다.
반면 이번 제4노조는 최단기 1만명 조합원 확보를 목표로 조직 확대를 추진한다. 금속노련 산하 노조들과 산별노조 활동도 전개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수원시에 설립신고 뒤 13일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아 사측과 단체 교섭을 할 수 있는 합법노조로 인정받았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진윤석 삼전노조 위원장은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는 창립 이후 숱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지금은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됐다"며 "우리 노동자들의 피와 땀, 눈물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탁월한 경영 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하며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며 "그 때 내 몸보다 납기일이 우선이었던 우리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갔고, 살인적인 근무 여건과 불합리한 처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은 "우리 노동자의 권익은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쟁취하는 것이지 결코 회사가 시혜를 베풀 듯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Δ특권없는 노조 Δ상시 감시받고 쉽게 집행부가 교체되는 노조 Δ일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노조 Δ제대로 일하는 노조 Δ상생과 투쟁을 양손에 쥐는 노조 Δ협력사와 함께하는 노조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금속노련 전기전자업종분과위원회는 삼전노조 출범에 지지를 보내면서 향후 연대 활동 계획을 밝혔다.
이창호 SK하이닉스이천노조 위원장은 "무노조 경영 방침을 세우고 노조 활동을 탄압해 오던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정말 뜻 깊은 날"이라면서 "서로서로 연대하고 정보도 교환하면서 거대자본과 함께 싸워나가야 우리 전체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직원 여러분, 노동조합에 가입하시라"면서 "우리의 권리를 위해 회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논의할 수 있는 가장 절대적인 방법이 바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독려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도 "오늘 삼성전자 노조 출범은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무노조 경영'이나 '반(反)노조 경영'의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가슴 떨리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삼전노조는 앞으로의 투쟁 과제로 Δ급여 및 PS 산정 근거·기준 명확화 Δ고과와 승진의 무기화 방지 Δ퇴사 권고(상시적 구조조정) 방지 Δ일방적 강요 문화 철폐 등을 꼽았다.
오는 18일부터는 시흥·기흥·평택 등 6곳에 있는 모든 사업장 앞에서 동시 선전전을 전개한다.
노조 측는 공식적인 조합원 수를 밝히지 않았다. 앞서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400명 정도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 시점 조합원 수는 그보다 크게 늘어난 상태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