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80=정상 혈압?' 의사가 말하는 놀라운 반전

입력 2019.11.12 11:29수정 2019.11.19 11:56
120/80은 고혈압 전단계였다 ㄷㄷ
'120/80=정상 혈압?' 의사가 말하는 놀라운 반전
이의철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뉴스1

(대전=뉴스1) 이의철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 많은 사람들이 정상 혈압을 120/80mmHg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고혈압 전단계다.

정상 혈압은 119/79mmHg까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120/80mmHg이 정상인 줄 알고 있어 129/85mmHg 정도의 혈압도 정상에 가깝다고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 임상진료지침에는 "혈압은 수축기 혈압 110-115mmHg, 이완기 혈압 70-75mmHg 범위를 최하점으로 해 상승할수록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망막증의 발생 위험과 사망률을 증가시킨다"고 나와 있다.

2017년 11월 미국심장협회 및 심장학회(AHA/ACC)는 고혈압 기준을 130/80mmHg으로 개정했다. 혈압이 130mmHg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120mmHg 미만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치료했을 때 140mmHg 미만을 목표로 한 치료군에 비해 심혈관질환이 25%의 감소했기 때문이다.

당장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2기 고혈압 기준도 160/100mmHg 이상에서 140/90mmHg 이상으로 기준을 낮추고, 혈압이 130/80mmHg 미만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AHA/ACC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혈압이 조금이라도 높으면 방치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전 세계 모든 전문가들이 이 고혈압 기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고혈압 기준을 140/90mmHg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당장 AHA·ACC 기준을 적용할 경우 30세 이상 성인의 절반인 50.5%가량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다 적극적으로 약물치료를 할 경우 혈압이 너무 떨어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좀 더 음모론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제약회사의 이윤을 위해 의사단체가 고혈압 기준을 점점 더 낮추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혈압이 높을수록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심혈관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는 분명한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그래서 필자는 AHA·ACC의 새로운 고혈압 기준이 반갑다.

정상 혈압이 아님에도 방심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혈압이 130/80mmHg만 넘어도 약물 치료를 해야 될 수도 있으니 약을 복용하기 싫다면 생활 습관을 개선해 혈압을 110/70mmHg 수준 전후로 유지해야 한다고 더 강하게 권고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혈압 관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정상 혈압을 110/70mmHg로 기억하자. 본인의 혈압이 120/80mmHg 수준이면 보다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더 건강해지고, 고혈압 약으로부터 더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한편 낮아진 고혈압 기준에 대한 우려는 약으로만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고기, 생선, 계란, 우유, 식용유 및 설탕 등의 혈관의 탄력성을 떨어뜨리는 음식만 먹지 않아도 혈관 기능이 개선돼 110/70mmHg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걱정해야 할 것은 낮아진 기준이 아니라 약물 처방을 선호하는 의료 관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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