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못 다했던 행복들을 다시 만나서 공유하고 싶고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아주 처음에 행복했던 그 순간들을 연장했으면 좋겠어."
2000년 4월4일 오후 3시30분쯤, 최준원양(24·실종당시 만 4세)은 유치원에 다녀와 서울 중랑구 망우1동 아파트 놀이터에 놀러 나간 뒤 홀연히 사라졌다. 약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준원양의 가족은 여전히 그 시간에 멈춘 채 머물러 있다.
준원양은 어린 나이에도 영리하고 똑똑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어디를 가든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끼고 다녔고, 피아노에도 재능을 보였다. 유치원에서는 자신이 더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더 일찍 초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할 만큼 영특한 아이였다.
준원양은 100일도 되지 않은 동생에게 유치원에서 배워온 것을 가르쳐주겠다며 나선 곰살궂은 언니이기도 했다. 하지만 준원양이 실종되면서 행복했던 시간은 악몽의 순간으로 뒤바뀌어 그대로 멈췄다.
아버지 최용진씨(57)는 "이사를 갈 수도 없었어요. 우리는 준원이를 기다려야 했고 심지어 어디 흔적이 있지 않을까 도배도 못하고 있는 그대로 지내고 있어요. 먼지도 치우기가 부담될 정도로 그 시간에 머물러 있어요"라고 얘기했다.
최씨는 준원양이 실종된 뒤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고 딸의 사진이 담긴 전단을 손에 들고 거리에 나섰다. 당시 경찰들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아 제보전화가 와도 직접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그러나 최씨는 준원양을 언젠가는 꼭 찾으리라 믿고 있다. 최씨는 준원양에게 "엄마 아빠는 절대 너를 버린 게 아니야. 너를 놓친 게 아니야. 언니 동생 엄마 아빠 다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하고 싶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만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못다 했던 행복들을 같이 만나서 공유를 하고 싶어"라고 애타는 목소리를 전했다.
◇ "초동단계에서부터 원점 재수사를 원해요"
최용진씨는 "실종 당시 제대로 초동 수사가 이뤄졌으면 적어도 방향을 잡았을 수는 있죠. 그 방향으로 집중적으로 수사를 했으면 준원이를 분명히 찾았을 것 같아요"라며 미흡했던 경찰의 수사를 원망했다.
이에 최씨는 2005년 제정된 실종아동보호법 제정을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니는가 하면 실종아동 부모들과 함께 더이상의 실종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인식 개선에 참여해 왔다.
"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실종 건수도 급격히 줄었고, 가끔 발생되는 실종아동 사건은 즉시 해결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발생된 장기 실종아동은 또 사각지대에 있는 거예요. 그냥 기다림으로 방치가 되어 있어요."
장기 실종아동을 찾기 위해서 최씨는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거꾸로 아이들이 부모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민간이 할 것이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씨는 또한 "누군가 준원이를 알고 있는 사람에 의해서 데려가지 않았나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요"라며 "아이들이 봄날에 놀이터에서 많이 놀 시간인데 주변에서 보다가 우리 준원이를 데려가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도 이런 것들을 좀 구체화해 초동단계에서 원점 재수사를 한다면 방향은 잡으리라고 생각을 해요"라고 경찰의 재수사를 요구했다.